장내미생물, 원인 불명 만성통증 치료 효과 확인
장내미생물, 원인 불명 만성통증 치료 효과 확인

만성 통증 질환인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투여하자 통증과 불안, 수면장애가 완화됐다는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명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고 근본적 치료법이 없는 섬유근육통에 대해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전략의 단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미르 미네르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연구팀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여성 섬유근육통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건강한 여성의 장내 미생물을 캡슐에 담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통증 완화 효과가 확인됐다.
실험에 참여한 환자들은 항생제를 복용한 뒤 10주에 걸쳐 장내 미생물 캡슐을 복용했다. 투여를 마친 환자 중 12명이 통증 감소와 함께 불안과 수면 장애 개선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에 24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섬유근육통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가 겪는 만성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근육통, 피로, 수면장애, 인지 기능 저하 등이다. 진단이 어렵고 조직 손상이 동반되지 않아 질병의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통증 조절제나 물리치료 등 증상 완화 위주의 치료만 시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섬유근육통이 장내 미생물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선행 실험을 실시했다. 섬유근육통 여성의 장내 미생물과 건강한 여성의 장내 미생물을 각각 무균 생쥐에 이식한 결과 섬유근육통 환자의 미생물을 이식받은 생쥐는 압력, 열, 냉기에 대한 통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구팀은 이어 섬유근육통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한 생쥐에 항생제를 투여한 뒤 건강한 여성의 장내 미생물을 다시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쥐의 통증 반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이중 이식을 받은 생쥐에선 통증 완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장내 미생물이 통증 감각을 조절하는 신경 회로나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섬유근육통 환자의 장내 미생물이 면역계를 자극해 통증 관련 신경 회로를 공격하거나 간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을 통증 민감도를 높이는 분자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참가자 수가 적고 위약 대조군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학계는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서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관찰됐다는 점에서 후속 대규모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미네르비 교수는 “아직은 초기 단계로 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통증 치료와 관련해 앞으로 나아간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d41586-025-01290-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