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금쪽이'를 키우고 있나요... 부모의 직무유기
연약한 금쪽이'를 키우고 있나요... 부모의 직무유기
애비게일 슈라이어 '부서지는 아이들

"아이가 학교에서 싫은 아이 옆에 앉게 됐다고 해서 큰일난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마라. 어떤 여자애가 당신 딸에게 기분 나쁜 말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괴롭힘'이라고 단정하지 마라. 당신 딸은 살면서 그런 불쾌한 일을 반드시 또 겪을 것이므로 그런 일에 혼자 대처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이가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을 해낸 것에 대해 과도하게 칭찬하지 마라."
미국의 탐사 저널리스트인 애비게일 슈라이어는 책 '부서지는 아이들'에서 요즘 부모들을 향해 이렇게 일침을 날린다. 요즘 부모들은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 내 아이만은 다르게 키우겠다고 다짐한 세대다. 이들은 아이들의 감정을 존중하는 다정한 부모가 되고자 마음먹는다. 책은 이른바 '감정 존중 육아'와 '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아이들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부모·교사·청소년·정신건강 전문가 수백 명을 만나 심층 취재한 저자는 이를 기반으로 이 시대의 양육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양육의 원칙이 아이 내면의 성장이 아닌 감정 존중으로 옮겨가면서 규범과 절제를 가르치지 않는 부모의 직무유기가 벌어진다. 욕설을 뱉거나 물건을 던진 학생도 '정서적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제재 받지 않는 식이다. 교권 추락 등 한국 현실과도 연결된다.
양육의 주도권이 부모에게서 정신건강 전문가에게로 넘어간 세태에도 비판을 가한다. 그 결과 상담과 약물이 훈육을 대신하고,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잃었다는 것. 극단적인 보호 역시 아이들에게 '고통 면역력'을 형성할 기회를 박탈한다. 전례 없는 지원과 배려에도 수많은 '연약한 금쪽이' '어린 나르시시스트'들이 길러지고 있는 이유다.
책은 자녀의 삶에서 '한발 물러날 용기'를 제안한다. 아이들에게 위험을 감수할 기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선택권'을 주라는 얘기다.
부서지는 아이들·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이수경 옮김·432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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