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질병-노화 이중 치료제’로 건강수명 20년 연장 목표
AI가 만든 ‘질병-노화 이중 치료제’로 건강수명 20년 연장 목표
인터뷰 인공지능 신약개발 선도기업 ‘인실리코메디슨’ 창립자 알렉스 자보론코프

7일 인실리코메디슨의 설립자 알렉스 자보론코프 대표가 바이오코리아 2025 언론 인터뷰 세션에서 발언 중이다. 최지현 기자
2014년 존스홉킨스의대에서 창업
5년간 10개 신약 후보 물질 AI로 발굴
“바이오 기술, 신약 넘어 노화 극복 향해”
인구 감소 겪는 한국에도 중요한 해법
“25년 동안 바이오업계에서 일하면서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한 영역이 바로 노화입니다. 여전히 노화를 막아줄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의 노화 연구로 ‘노화시계’라는 중대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노화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인실리코메디슨’은 노화와 질병이 겹치는 생체 표적을 찾고 있습니다.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면 노화 관련 적응증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인 인실리코메디슨의 설립자 알렉스 자보론코프 대표는 지난 7일 “우리 회사 AI 신약개발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삶을 포괄적으로 이해해 노화를 방지하고 궁극적으론 노화를 극복하는 생애 전 주기 AI 시스템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보론코프 대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청북도가 공동 개최한 국내 최대 제약·바이오산업 비즈니스 컨벤션인 ‘바이오코리아 2025’의 대표 연사로 초청돼 기조강연과 국내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6년 이후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7일 인실리코메디슨의 설립자 알렉스 자보론코프 대표가 바이오코리아 2025 언론 인터뷰 세션에서 발언 중이다. 최지현 기자
2014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캠퍼스에서 창업한 인실리코메디슨은 지난 10여 년간 국제적으로 AI 신약개발 상업화에 가장 근접한 거의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인 파마.AI(Pharma.AI)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치료물질 분자 구조 설계, 임상 성공률 예측 등 전 과정에 AI 솔루션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외에도 다중오믹스 분석을 위한 ‘판다오믹스’, 다중 모드 신약 개발 플랫폼 ‘프레셔스지피티’, 자연어 기반 분자구조 설계 플랫폼 ‘나흐01’ 등 다수의 자체 AI 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5년간 10개의 신약 후보 물질을 AI로 발굴했으며, 이 중 단 46일 만에 발굴·설계한 특발성 폐섬유화증(IPF) 치료제 후보 물질인 티닉(TNIK) 억제제 ‘렌토서팁’은 지난해 10월 2a상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이달 17일 결과를 발표한다. 결과가 성공적이라면 AI로 개발한 신약 중 처음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하는 사례다.

이날 알렉스 자보론코프 대표가 노화 치료제 관련 질문에 답변하며 자사가 개발 중인 특 발성 폐섬유증 및 노화 이중 치료제 렌토서팁 시제품을 선보였다. 최지현 기자
자보론코프 대표는 렌토서팁 역시 질병 치료와 노화 방지를 모두 목표로 하는 소분자 기반 신약물질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소분자 치료제가 향후 인류 노화 극복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화를 일으키고 측정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확인돼 ‘노화시계’라고 불리는 ‘텔로미어’는 원래 염색체(DNA)를 보호하는 단백질인데, 소분자 약물은 세포 내 단백질 관련 미세작용을 효과적으로 조절해 텔로미어 등에 영향을 준다. 원자 개수가 20~100개, 분자량은 1000Da(돌턴) 미만으로 매우 작게 구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렌토서팁 역시 세포 신호 전달경로 중 하나를 억제하는 단백질 효소(키나아제)를 소분자로 설계했다. 이는 또한 인실리코메디슨이 판다오믹스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노화 경로를 독자적으로 분석해 2022년 국제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한 알고리즘인 ‘노화 평가 특질표’에 기반한 성과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인실리코메디슨은 질병 치료 효과뿐 아니라 잠재적인 수명 연장 효과까지 고려해 신약 후보 물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실리코메디슨이 자사의 AI 플랫폼 판다오믹스로 노화 관련 질병과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시각화한 자료. 인실리코메디슨 제공
자보론코프 대표는 노화 연구에 관심을 가진 개인적인 계기도 밝혔다. 20대 중반 반도체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돈은 시간으로 살 수 있지만,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깨닫고 바이오업계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 역사에서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노화로 수명을 다한 (자연)사망자가 더 많고 인간은 질병으로 죽지 않더라도 결국 노화로 생을 마감한다”며 “노화 극복 연구로 최대 20년까지 질병 없이 건강한 삶을 누린다면 압도적인 규모의 생명을 살릴 뿐 아니라 인류 발전에서도 가장 중대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보론코프 대표는 인간 생애 전 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노화가 신약 개발 완전 자동화 과정인 ‘바이오 초지능(슈퍼인텔리전스)’ 개발에 핵심적일 뿐 아니라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협력하는 최고의 방법은 세계 최초의 노화 방지 약물을 개발부터 승인까지 함께해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인구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과 같은 노화 관련 질병에 집중해 성과를 낸다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