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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 사람 대신 '18억 규모 댐' 지어…지형 바꾸는 동물들

SM_SNAIL 2025. 2. 18. 09:03
강가에 사는 비버는 댐을 만들어 사는 습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체코 정부는 7년간 추진했다가 건설이 중단된 댐을 최근 비버 8마리가 대신 지어준 덕분에 약 18억원을 절약했다고 발표했다. 비버 덕분에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넓은 습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동물의 활동이 지형과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댐을 짓는 비버뿐 아니라 흰개미의 초대형 군락, 연어의 대이동 등 인간이 아닌 지구 동물들의 활동이 지형 변화에 미치는 에너지 규모가 밝혀졌다. 대홍수가 매년 수십만 번 일어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젬마 L. 하비 영국 퀸메리런던대 물리지리학과 교수팀은 동물 수백종의 집단적 에너지를 추정해 지구의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공개했다.

캐나다에 850m 길이의 초대형 댐을 지은 비버나 한국 영토보다 넓은 군락을 만든 흰개미 등 자연에는 뛰어난 동물 건축가들이 존재한다. 연어는 산란기 대이동 과정에서 홍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퇴적물을 이동시킨다. 다양한 동물들이 지구의 지형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그동안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댐을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가는 비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팀은 담수와 육상 생태계에 걸쳐 포유류, 어류, 조류, 곤충 등 현재까지 603종의 동물이 지형학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종합했다. 이중 야생동물 495종과 가축 5종이 지구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다.

에너지로 환산한 결과 동물들의 활동이 지형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년 최소 7만6000기가줄(GJ, 에너지 단위)로 추정됐다. 조사 대상 동물들의 생물량을 생물학적 에너지로 바꾸고 이중 1%만이 매년 지형 변화에 쓰인다고 가정해 계산한 값이다. 연구팀은 자연현상을 예로 들며 "대홍수 수십만 번의 에너지와 맞먹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흰개미들이 만든 둔덕.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동물 활동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열대·아열대 지역 등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생태계의 동물들이 배제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동물들의 영향력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비 교수는 "지구 경관을 형성하는 데 동물의 역할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에서 조사한 종의 약 30%가 희귀종, 고유종 또는 멸종위기종인 것으로 나타나 생물다양성 보존 필요성에 경종을 울렸다. 연구팀은 "동물들의 영향력이 자세히 알려지기도 전에 연구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동물종 손실 등이 실질적인 지형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73/pnas.2415104122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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