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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농사꾼, 천연 오줌액비 만들기 대작전

SM_SNAIL 2025. 2. 23. 14:03

[농사꾼들]인천 계양 편
작물 키우기에 유용한 몸이 만드는 천연 비료…다른 나라에선 ‘피(Pee)사이클링’ 연구·개발 한창

벌써 4년째 잘 쓰고 있는 오줌액비통.

정원 애호가로도 유명한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는 날씨의 변덕이 심해 정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2월에는 기름진 흙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고 했다. 그는 도시에 살아 박쥐 똥, 너도밤나무 잎사귀 같은 걸 얻을 수 없다고 투덜댔지만 그보다 훨씬 후대에 살고 있는 도시인은 토양을 위해 쓸어 담을 수 있는 재료가 훨씬 더 제한적이다. 기껏해야 음식물쓰레기 정도다.

하지만 작물에 정말 좋지만 농촌에서든 도시에서든 현대인이 마구 버리고만 있는 좋은 비료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오줌이다. 선배 도시농부 활동가들이 삼다수 병에 넣어 애지중지 나르던 바로 그것 말이다! 사실 오줌액비를 모아보려는 마음은 항상 품어왔지만 오랫동안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다. 2ℓ 생수병에 깔때기를 꽂고 용변을 보는 게 정말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그 병을 든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웃을 마주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어찌나 겸연쩍은지! 그래서 오랫동안 소심한 농사꾼의 마음속 버킷리스트로 여기고만 있었다.

그런데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실현이 가능한 방향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니 의지와 아이디어가 불끈 솟아났다. 입구가 넓은 환자용 소변기를 사용한다면 여성들도 큰 노력 없이 오줌을 모으기 좋아 보였고, 알코올 통은 생수병보다 입구가 넓은 4ℓ짜리 고밀도 플라스틱 소재라 한 병에 더 많은 양의 소변을 모을 수 있으면서도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쉽게 알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환자용 소변기에 오줌을 받아 알코올 통에 오줌을 모아보니 정말 편하면서도 액비를 넘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청소인데, 2개월 정도 숙성한 오줌을 비워내고 그대로 재사용하는 건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고역이다. 나는 오줌액비통을 비워낸 뒤에 물에 락스를 조금 넣어 희석해 일주일 정도 가만히 두고 헹궈내는데 정말 새 통처럼 깨끗해진다. 그 통을 4년 정도 쓰고 있는데 망가지지도 않고 깨끗한 상태로 역할을 다한다. 매번 깨끗한 변기통을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인 셈이다.

남편에게 오줌액비를 만들어보자 권하니 처음에는 자신이 꼭 거름 만드는 동물이 된 것 같아 화장실에 갈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태도가 달라졌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나태하게 보낸 날이면 그날 하루는 비료라도 남기게 된 것 같아 “유일한 생산성”처럼 느껴진다나.

액비통을 채울 때마다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면 뭘 먹었느냐며 놀리기도 하지만 땅에 뿌리면 아무런 냄새도 남기지 않아 민망하지도 않고 신기했다. 그동안 먹고 버리고 배출하는 모든 것을 더럽고 부끄럽게만 생각했는데 이런 대단한 비료를 생산해내다니, 이제는 내 몸에 대한 효용감마저 든다! 이런 오줌 재활용을 ‘피사이클링’(Peecycling)이라 부르며 활동하는 단체가 있고 변기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니, 우리나라만 너무 트렌드에 뒤처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지경이다.

밭에는 오줌액비 여러 통과 꽉 찬 퇴비통 한 통과 틀밭 하나가 음식물쓰레기와 커피박으로 가득 차 있고, 주방에는 친구들이 모아준 달걀껍데기가 잔뜩 모여 있다. 나는 이렇게 봄을 맞이할 채비를 끝내놨는데 변덕스러운 2월 중순의 날씨는 아직도 영하를 찍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6/0000051216?cds=news_media_pc&type=edi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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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애호가로도 유명한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는 날씨의 변덕이 심해 정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2월에는 기름진 흙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고 했다. 그는 도시에 살아 박쥐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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