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다이소 모십니다”···마트도 대기업도 러브콜 본문

신세계사이먼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 다이소 매장 / 연합뉴스
지난 2월 10일 방문한 서울 양천구 이마트 목동점 다이소에는 저녁 식사 후 마실 나온 방문객들로 붐볐다. 400평 규모의 다이소는 이마트 내부에 숍인숍 형태로 올해 1월 신규 입점했다. 부모와 함께 문구용품을 사러 온 초등학생부터 화장품을 발라보는 청소년, 반려동물용품 등을 구경하는 어르신 등이 매장 안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27)는 다이소에서 장을 보기 위해 이마트를 찾는다고 했다. 이씨는 “요즘 같은 고물가 속 사회초년생인 1인 가구에 (다이소는) 빛과 같은 존재”라며 “소비자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품질을 검증받은 자취용품을 다이소에서 사고 마트에선 과일 같은 신선식품을 세일할 때 산다”고 말했다. 이마트 쇼핑 후 들른 주부 박모씨(56)는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마트보다 종류가 다양해 쓸 만한 주방·식기 용품이 꽤 많다”며 “생활용품은 쿠팡을 통해 사는데, (쿠팡과 달리) 다이소는 물건을 직접 보고 필요할 때 즉시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장기화한 불황에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로 주목받고 있다. 앵커 테넌트는 고객 유입 효과가 큰 핵심 임차인으로, 스타벅스 같은 고급 커피숍이나 인기 맛집처럼 강력한 집객 역할을 한다. 이마트 목동점은 지난 1월 24일 리뉴얼을 마치면서 기존 매장 면적을 줄이고, 다이소 등의 임대 매장을 늘렸다. 이마트 측은 “직접적인 다이소 신규 입점 효과를 별도로 입증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방문객이 늘면서 1월 24일부터 2월 11일까지 목동점 임대매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작년 일부 지점에서 마트 내 입점한 다이소 매장을 초대형 규모로 확대했고, 그 결과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흥행 보증수표 된 다이소
대형마트 3사 취재 결과, 지난 1월 말 기준 3사 마트(할인형 점포 포함·392곳)에 입점한 다이소 점포는 173곳으로 44%에 달했다.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는 154곳 중 26곳, 롯데마트(맥스 포함)는 111곳 중 93곳, 홈플러스는 127곳 중 54곳이 입점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본연의 경쟁력인 신선식품에 집중하면서 이커머스에 빼앗긴 비식품군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돼 마트는 식료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리뉴얼을 진행하고 비식품 영역에서 고객의 상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 다이소 매장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다이소가 들어오면 성별·나이를 불문하고 외국인 관광객부터 1인 가구,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앵커 테넌트인 만큼 트렌드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신규점을 열거나 리뉴얼 시 다이소 입점 추진을 가장 먼저 검토한다”고 말했다.

다이소 명동점을 찾은 고객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이소 또한 주요 상권에 초대형 점포를 열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이소는 점포를 열 때 실면적 330㎡(약 100평) 이상을 기본 조건으로 한다. 다이소 관계자는 “통상 마트가 입점한 곳은 검증된 상권에 유동 인구가 많은 만큼 대규모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주차장과 휴게실 같은 마트 내 편의시설과 인프라를 고객이 누릴 수 있어 양측 모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도 과거와 달리 다이소를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상가 전문 공인중개사 김모씨(55)는 “스타벅스 같은 고급 커피숍을 최우선적으로 선호하는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스타벅스의 (입점) 수수료 정책이 바뀌고 (본사가) 출점에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임대인이 다이소를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권이 회복되지 못해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다이소는 경기·계절적 요인 등의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 평당 매출이 낮은 부문은 올리브영 같은 다른 점포를 끌어들이는 효과로 보완이 가능해 입점을 문의하는 곳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에는 신세계사이먼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에 다이소가 입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이소가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사람을 모으는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으면서 다이소는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 늘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유통업계는 대부분 매장을 줄이고 있는데 반해 다이소 점포 수는 매년 5%씩 증가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전국 점포 수는 2014년 970개에서 2023년 1519개로 10년 새 549곳(56%)이 늘었다.
1000원짜리 팔아 3조 매출 돌파
실적도 성장세다.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4605억원, 26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7.56%다. 내수부진에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고전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2023년 주요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에 그쳤다. 2024년 다이소의 연 매출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소의 흥행 비결 중 하나는 초저가 균일가 상품에 있다. 다이소가 1000원부터 5000원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이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제조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유통과정을 줄여 대량매입을 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춘다.
상품 경쟁력도 고가 상품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장품의 경우 국내 화장품 업계 양대 산맥인 아모레와 LG생활건강과 협업한 상품을 출시해 20대 사이에서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SNS 등을 보면 ‘피부과 의사가 쓰는 다이소 화장품’, ‘샤넬 저렴이 버전 다이소 추천템’ 등의 동영상이 유행중이다. 현재 다이소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는 59개로, 취급 품목 수도 340여개가 넘는다. 일부 상품은 1인당 판매 수량이 제한돼 돈이 있어도 못산다.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다이소는 올리브영, 무신사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이 반드시 들러야 할 ‘3대 명소’로 꼽힌다. 대학생 강모씨(20)는 “싸다고 무조건 사는 시대가 아니다. 연예인 마케팅이나 광고가 없어도 SNS에서 뷰티 전문가 등이 화장품 성분을 검증하고 비교해주다 보니 다이소 화장품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피부 컨디션에 따라 샘플처럼 쓸 수 있는 소포장 화장품을 구매해 다양하게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비 절벽 속 물가 다시 반등
고물가 기조에 따른 불황형 소비로 다이소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 2월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2.2% 줄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고, 감소 폭은 2022년 -0.3%, 2023년 -1.5% 등으로 커지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감소다. 통계청은 고금리·고물가, 실질임금 하락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심리지수는 전달보다 하락했고, 소비자 물가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1%대 초중반에 머무르던 소비자물가는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12월에 1.9%로 반등 후 지난달 2.2%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며 물가 상승 압력도 더 커지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려 가공식품 물가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월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22.03(2020년=100)으로 작년 동월보다 2.7%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월(3.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2.2%)을 상회했다.
이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자체 브랜드(PB) 등을 통해 연초부터 할인 행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절벽이 ‘상수’가 됐다. 경기 불황이 지속할수록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찾는다”며 “소비 심리 자체가 살아나지 않을 때는 보수적으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다 보니 가격을 최우선으로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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