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웰니스
말차, 쌉싸래하고 진한 초록의 맛과 향 은은하게 퍼져 본문
[맛있는 이야기] 말차
‘센노 리큐’ 일본 말차 본격 보급
차광재배한 찻잎 찐 후 가루로
쓴맛 강해 화과자와 찰떡궁합
각종 디저트 재료로 쓰이며 각광

서울 명동과 역삼동 등에 지점을 둔 ‘가배도’의 말차 디저트. 쌉쌀한 말차향과 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영화 ‘일일시호일’(감독 오모리 타츠시)을 보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본 다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엄격하고 수련에 가까운 다도법을 확립한 주인공은 전국시대 승려인 센노 리큐다.
그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장 신뢰한 스승이자 조언자였기 때문이다. 센노 리큐는 1522년 오사카에서 부유한 상인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차의 달인이 된 그는 오다 노부나가 가문에서 다도를 가르쳤고, 이후 도요토미와 연을 맺었다.
최고 권력자의 스승으로서 사치의 대명사였던 차를 연구하고 가르쳤다는 점만 보면 그를 정권의 하수인이나 한량 정도로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센노 리큐가 주창한 ‘와비(侘び)’ 사상은 한가로우면서도 검소한 풍류를 의미한다. 세속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엄격한 금욕주의도 와비의 일부다.
실제로 그가 사용한 다기로는 물레를 돌리는 대신 손으로 점토판을 붙인 ‘라쿠야키’, 투박한 모양새를 한 ‘모즈야’ 차가마 등이 있다. 차를 마시는 모임에 쓰이는 화병도 죽세공품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선 히데요시는 점점 사치스러워졌고, 결국 스승인 센노 리큐를 가택연금했다. 여러 사람들의 구명 노력에도 센노 리큐는 할복으로 생을 마쳤다.
센노 리큐는 오늘날 일본 다도 문화의 중심인 말차를 본격적으로 보급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에도 말차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흔하게 말차를 즐기는 나라는 일본이다. 말차는 일반적인 차와 제조법이 조금 다르다. 차광막을 치고 재배한 찻잎을 찐 다음 가루를 내어 만든다. 이때 빛이 차단된 잎은 광합성을 위해 엽록소를 다량으로 만들며 카테킨 성분도 많아진다.
분말 형태의 말차는 필요한 다기 수가 적고 준비가 간편하다. 귀이개처럼 생긴 찻숟가락으로 말차 가루를 덜어 잔에 담고 더운물을 붓는다. 그런 다음 솔 모양을 한 다선으로 거품을 내는데 이는 특유의 떫은맛을 줄이기 위해서다.
마실 때는 자기 앞에 놓인 찻그릇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세번에 나눠 마신다. 쓰고 떫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화과자를 곁들여 먹는 게 정석이다. 팥앙금과 설탕을 주로 사용하는 화과자는 그냥 먹기에는 너무 달지만 쓴 말차와는 궁합이 좋다.
화과자는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찹쌀떡이나 양갱 외에 우리나라의 다식과 비슷하게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설탕과자도 있다.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 요리답게 다채로운 빛깔로 꽃이나 과일 등 자연물의 모양을 따서 만든 것들이 많다. 서양에서 들어온 카스텔라나 별사탕도 일본에서 차를 마실 때 자주 곁들이는 과자다.
쓰디쓴 말차를 보다 쉽게 즐기기 위해 각종 디저트에 응용하기도 한다. 말차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며 푸딩이나 케이크·초콜릿·셰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에도 쓰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다소 낯설었던 말차는 이렇게 디저트 재료로 쓰이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봄을 연상시키는 말차의 연두색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며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서울 명동과 역삼동 등에 지점을 둔 ‘가배도’에서는 말차를 이용한 슬러시·라테·티라미수 같은 이색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말차의 쓴맛이 과한 단맛을 어느 정도 눌러주기 때문에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좋아한다. 또 쌉쌀하고 진하면서도 풋풋한 말차향은 봄의 감성에 젖기에 안성맞춤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662/0000064603?type=series&cid=200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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