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웰니스
실명 부르는 '3대 안과 질환' 급증···한쪽 눈 가리고 볼 때 휘어져 보이나요? 본문
실명 부르는 '3대 안과 질환' 급증···한쪽 눈 가리고 볼 때 휘어져 보이나요?
황반변성·녹내장·당뇨망막병증, 4년 37%↑
질병 부르는 당뇨병·고혈압 등 늘어 주의
초기 증상 없고 실명 가능성 있어 대응 중요

황반변성 환자가 본 시야. 건물이 일그러져 보이고 시야를 검은색 반점이 가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당뇨병‧고혈압 등 대사질환 유병률까지 덩달아 늘면서 황반변성과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등 3대 실명 질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 데다, 안질환은 초기에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5분 이내로 간편하게 망막‧시신경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저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20만471명이었던 황반변성 환자수는 2023년 49만7,338명으로 4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다. 녹내장(약 119만 명)과 당뇨망막병증(약 37만 명)까지 합하면 같은 기간 환자수가 150만 명에서 206만 명 안팎으로 약 37% 안팎 늘었다. 그중 50세 이상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황반변성은 카메라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의 중심부(황반)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은 시각세포가 밀집돼 있는 곳으로, 이곳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부종‧출혈 등으로 점차 시력이 떨어지다가 실명에 이르는 게 황반변성이다. 65세 이상 인구에서 실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황반변성이다. 황반은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요 부위이기 때문에 손상이 진행되면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거나 중심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대구로병원 안과 최광언 교수는 “황반변성은 초기 증상이 미미한 탓에 환자가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한쪽 눈을 가리고 볼 때 사물이 휘어져 보이거나, 중심 시야에 이상이 감지된다면 즉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제생병원 안과 길현경 주임과장은 “황반변성은 5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고,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의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황반변성 여부를 확인하고, 영구적인 시력저하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과 흡연, 비만, 심혈관계 질환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자외선은 망막 세포 손상을 유발해 황반변성 진행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강한 햇빛 아래에서 장시간 활동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자외선 차단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녹내장 역시 시신경 손상으로 발생한다.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게 특징이다. 눈에는 수정체‧각막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눈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방수(눈 속 액체)가 있는데, 필요 이상으로 과다 생성된 방수로 안압이 높아지면서 앓게 되는 것이 녹내장이다. 높아진 안압은 시신경을 압박하거나, 시신경으로 향하는 혈류 공급에 장애를 일으킨다. 황반변성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환자가 질환 발병 여부를 알기 어렵다. 시신경의 30% 안팎이 손상된 후에야 서서히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탓이다.
2023년 녹내장 환자 수는 2013년보다 약 88% 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녹내장 유발과 관련한 당뇨병‧고혈압 등 대사질환, 고도근시 환자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서다. 특히 녹내장 환자 10명 중 1명은 20~39세에서 나타나 젊은 층에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고도근시 환자는 안구 앞뒤 길이가 정상적인 눈보다 긴 탓에 시신경이 손상되기 쉽다. 2023년 근시로 병원을 찾은 환자(114만5,321명) 중 30세 미만 환자는 약 68%였다.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실명을 부르는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합병증이다. 망막의 미세한 혈관이 손상돼 혈액이 새거나 부종이 발생하면서 앓게 된다. 황반변성,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검사받지 않으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민석 교수 연구팀이 2016~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로 국내 당뇨망막병증 검진율을 분석한 결과,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0명 중 3명(29.5%)만 최근 1년 내 당뇨망막병증 검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명은 개인의 삶을 크게 저하시키고, 가족의 돌봄부담 확대, 사회적인 생산성 손실로도 이어진다.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보면, 두 눈 모두를 실명할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은 92~96%에 달했다. 두 팔이 절단(89~95%)된 때보다 높다. 황반변성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만 6,943억 원에 달한다.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3대 실명질환 등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안저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카메라로 눈의 안쪽(안저)에 위치한 망막과 시신경, 황반 등을 촬영하는 방식이라 검사 시간이 짧고, 비용도 경제적이다. 대학병원과 일부 민간의 건강검진에 안저검사가 포함돼 있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는 빠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찬윤 교수(대한안과학회 이사장)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실명 위험이 높은 중증 안과질환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실명은 개인과 사회에 큰 부담을 불러오는 만큼 국민 눈 건강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