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웰니스
유니클로 없는 굴의 여우? 탑텐 '증명의 시간' 왔다 [컴퍼니+] 본문
유니클로 없는 굴의 여우? 탑텐 '증명의 시간' 왔다 [컴퍼니+]
노노재팬(No No Japan). 6년 전 국내시장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국내 SPA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던 유니클로가 직격탄을 맞았다. 토종 SPA 브랜드 탑텐은 그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노노재팬이 끝난 지금, 탑텐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을까.

SPA 브랜드 '탑텐(운영사 신성통상)'이 지난해 매출 97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다. 매출 증가세가 2019년 이후 단 한번도 꺾이지 않았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탑텐의 가파른 성장 배경엔 경쟁사 '유니클로(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의 몰락이 영향을 미쳤다. 2018년까지만 해도 국내 SPA 시장은 유니클로의 독무대였다. 2015년에 이미 매출 1조원의 벽을 깬 유니클로의 경쟁자는 사실 없었다. 일례로 탑텐의 2018년 매출은 245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판이 달라졌다. 그해 여름 촉발한 한일무역분쟁이 분기점이었다. 당시 소비자는 '노노재팬(No No Japan)'을 외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펼쳤는데, 유니클로는 핵심 타깃이었다.
당연히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2020년엔 6298억원, 2021년엔 582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1994억원에서 2020년에 -88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장 수도 감소했다. 2019년 190곳에 달했던 매장은 2년 동안 60여개가 줄었다. 국내 1호점인 롯데마트 잠실점이 문을 닫았으니, 당시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이때 반사이익을 누린 브랜드가 다름 아닌 탑텐이다. 유니클로와 비슷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던 탑텐에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유니클로 '히트텍(발열내의 제품)'의 대체재로 탑텐의 '온에어'가 떠오른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탑텐 역시 1+1 등 각종 프로모션을 펼치며 호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한때 유니클로의 모델이던 배우 이나영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갔다. 반일 감정도 활용한 측면도 있다. 탑텐 운영사 신성통상의 염태순 회장이 "한국인에게 일본 내복(히트텍) 안 입힌다"는 포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노노재팬'이 들불처럼 일어난 기간, 탑텐은 국내 SPA 시장의 1위로 올라섰다. 2021년 매출액 5850억원을 기록해 유니클로(5824억원)를 처음 따돌렸고, 기세는 2022년까지 이어졌다.
그렇다고 탑텐이 노노재팬의 수혜만 누린 건 아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사실상 끝난 2023년 이후에도 성장페달을 밟았다. 매출은 언급한 것처럼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매장도 2020년 400개 수준에서 현재 730개까지 늘어났다. 유니클로 매장(132개)의 5.5배다.
탑텐이 '노노재팬'에 기대지 않고 나름의 전략을 펴온 결과다. 실제로 모든 연령을 커버하는 '기본 의류 아이템' 비중을 높인 에이지리스(Ageless) 전략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여성 라인 비중을 2017년 38.0%에서 지난해 52.0%로 키우고, 애슬레저 라인 '밸런스(2020년)', 키즈를 위한 '탑텐 베이비(2022년)'를 제때 론칭한 것도 성장에 한몫했다.
탑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연구ㆍ개발(R&D)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좋은 옷을 모두에게 전한다는 'Good Wear' 정신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좋은 옷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탑텐 앞에 장밋빛 미래만 열려 있는 건 아니다. 탑텐의 성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건 짚어볼 만한 이슈다. 매출이 2023년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달리, 지난해엔 7.8%에 머물렀다. 경기침체 장기화, 가성비로 무장한 토종 SPA 브랜드의 성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

또다른 변수는 유니클로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니클로는 매출액 1조601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1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때 문을 닫았던 1호점(롯데마트 잠실점)을 지난해 사실상 재개점(롯데월드점)한 건 유니클로의 기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주요 재품의 판매량 증가, 전략적인 재고 관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의 전략이 '매출 1조원 돌파'란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탑텐 입장에서 올해는 제2의 분기점일지 모른다. 올해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유니클로가 없을 때 성장했다'는 편견을 불식할 수 있어서다. 과연 탑텐은 호랑이 없는 굴의 여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4857?cds=news_media_pc&type=editn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역했는데 더 일하겠다고요?” 고집 센 '준영쌤'의 특별한 2년 (1) | 2025.04.20 |
---|---|
깨물리고, 최저임금 시달려도".. 특수 교사 옆 '특수교육 지도사 (0) | 2025.04.20 |
아시아나 ‘연차 불허’ 잇따라…“워킹맘은 퇴사 고려 (0) | 2025.04.19 |
나스닥에 인생 걸다 망했다” 트럼프 쇼크에 ‘빚투’ 개미 울상 (1) | 2025.04.19 |
비만도 백신도 붙이면 해결?…패치형 치료제 경쟁 가속 (0)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