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웰니스
돌봄자는 한 명만 돌보지 않는다…‘이중 돌봄’ 수면위로 본문
돌봄자는 한 명만 돌보지 않는다…‘이중 돌봄’ 수면위로
한일 이중돌봄 프로젝트① 이중돌봄지원네트워크 준비위원회 발족

“당신은 이중돌봄(Double Care)을 하고 있나요?”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영상 자료 중에서. 2025년 4월 14일. [출처]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 ‘직장맘길잡eTV’ https://www.youtube.com/watch?v=Y5HiGJsjtuk
‘한일 이중돌봄 공동 프로젝트’는 2014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2차 프로젝트가 2024년에 이어져 2025년 현재 진행 중이다.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소마 나오코 교수와 한국 인천대학교 송다영 교수가 주축이 되어, 연구자뿐 아니라 이중돌봄 당사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팀은 올해 3월 20일 이중돌봄지원네트워크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이중돌봄 이슈를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2월 6일과 7일, 한국팀이 일본 요코하마시를 방문해 서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당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주-
“지적장애인 산모가 출산을 했는데, 일본에 해당 산모를 지원할 제도가 없었다. 산후에 모자를 돌보기 위해 도우미를 20회 파견해 지원하게 되었는데, 이미 산모 가정에는 정신장애인 산모를 지원하는 ‘장애인 자립지원법’ 상 도우미와, 치매가 있는 할머니를 지원하는 ‘개호보험 생활지원’ 도우미가 있었고, 산후 도우미까지 3명의 도우미가 한 집에서 모이게 되었다. 그런데, 제도 칸막이로 인해 도우미들은 대상자 이외의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었다. 식사도 각자 맡은 1인분만, 청소도 이용자 사용 공간만 해야 했다.”
일본 요코하마시에서 25년 간 반(反)빈곤운동 NPO활동을 해온 생활협동조합 가나가와 소속의 이토 야스코 씨는 현장에서 경험한 ‘이중돌봄’의 현실과 정책 간의 미스매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동돌봄, 노인돌봄, 장애돌봄 ‘따로’…다중적인 돌봄 현실 담지 못해
세대통합적이고 유연한 돌봄 정책 필요해
‘이중돌봄’은 의존하는 아동과 성인을 동시에 돌보는 것을 주로 의미한다. 돌봄은 상호의존하는 과정이며, 돌봄자는 여러 명의 대상을 돌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책은 아동돌봄, 노인돌봄, 장애돌봄 등 대상자를 칸막이로 구분하고, 돌봄자는 한 명만 돌본다는 암묵적 전제 하에 예산과 정책이 집행된다. 따라서 정책이 일상의 돌봄의 다양한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나타난다.
그 결과, 이중돌봄 당사자는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독박 돌봄으로 소진되고, 돌봄 수혜자는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현재 정부의 돌봄 정책에서는 이중돌봄의 다중적 현실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한일 이중돌봄 공동 프로젝트는 돌봄 대상 별로 경직된 정부 부처의 칸막이를 없애고, 세대 통합적이고 대상을 포괄하는 유연한 돌봄 정책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2024년 11월 1일,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에서 ‘이중돌봄(double care)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동 프로젝트 간담회’가 개최됐다. [출처]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sworkingmom/223648022887
1970년대생 샌드위치 세대의 부모/자녀 ‘이중부양’ 문제 대두
한국은 50~60대 중노년 여성의 손주/부모 ‘독박 돌봄’ 특징적
한국의 경우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조국혁신당을 통해 이중부양 공약이 제시된 바 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소도 중장년층이 노부모와 자녀를 돌보면서 갖게 되는 이중부양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1970년대생 중심의 한국의 중장년 샌드위치 세대가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보는 이중부양의 부담을 드러낸다.
한국은 30대, 40대에서 자녀와 부모 돌봄을 동시에 하는 문제뿐 아니라, 특별히 50대, 60대 이상의 중장노년 여성이 성인 자녀의 자녀(손자녀)와 자신의 부모를 동시에 돌보는 ‘세대 독박 돌봄’이 이중돌봄 문제로 나타난다.
여성의 맞벌이 필수 조건에 ‘조부모 돌봄’ 지원이 손꼽히고, 정책의 사각지대로 인해 성인 자녀세대 특히 성인 딸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한 노년세대 여성의 돌봄 참여가 당연시되는 측면이 있다.
제도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돌봄이 나이든 중장년 여성의 어깨 위로 전가된다. 앞으로 기대수명이 더 높아지면, 불건강한 상태에서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지면서 부모 돌봄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또 경제적 불안정이 가중되면서 성인 자녀 세대의 경제활동 참여 필요성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보는 것뿐 아니라, 부모와 손자녀를 돌보는 이중돌봄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주로 ‘경제부담’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 있어
이중돌봄은 노동, 젠더, 장애, 이주 등을 아우르는 패러다임의 문제

2025년 3월 20일, 이중돌봄지원네트워크 준비위원회 발족식이 서울 마포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 주(JU)에서 열렸다. 이중돌봄 프로젝트 연구팀, 서울시 동부권 직장맘지원센터, 서울시 동남 어르신돌봄종사자 지원센터, 인천여성회, 갈산종합사회복지관, 시흥시 가족센터, 한부모가족회 한가지, 노동포럼 성평등연구소, 국공립뷰티풀파크어린이집 등이 결합해 있다. (필자 제공)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이중부양 논의의 흐름은 주로 ‘경제 부담 가중’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일 이중돌봄 공동 프로젝트는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돌봄 실천을 포함해 여성에게 부정의하게 전가되는 ‘독박 돌봄’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이중돌봄으로 현실과 정책의 미스매치를 드러내고, 향후 돌봄 정책의 틀과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시켜야 할지 대안을 모색하는 데까지 문제 의식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중돌봄은 일-가정 양립 이슈일 뿐 아니라, 돌봄 종사자, 장애인 복지,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족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공론화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현재 한국 이중돌봄 프로젝트에는 연구팀뿐 아니라 서울시 동부권 직장맘지원센터, 서울시 동남 어르신돌봄종사자 지원센터, 인천여성회, 갈산종합사회복지관, 시흥시 가족센터, 한부모가족회 한가지, 노동포럼 성평등연구소, 국공립뷰티풀파크어린이집 등이 결합해 있다. 이중돌봄의 현실을 고민하는 주체들의 연대가 더 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일 이중돌봄 프로젝트 2회에서는 일본에서 시민사회가 참여해 지역사회에서 대안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는 모델들과 이주민, 청년, 관계 기관, 행정 기관과 함께 만들어내는 ‘공생돌봄’ 모델을 소개하면서, 공생돌봄을 통한 마을재생 사업의 가능성까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필자 소개] 백경흔. 여성학 연구자이자 강사. 여성노동, 돌봄노동과 정책, 젠더와 개발 등의 주제와 관련해 가르치고,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교육과 돌봄’, ‘의료와 돌봄’ 등 돌봄이 기존의 전문화된 영역에 비해 위계적으로 저평가되는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7/0000007906?cds=news_media_pc&type=editn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명 붕괴 사고에 칼빼든 국토부, “경기도 등 주요 굴착공사 98곳 전수조사 (0) | 2025.04.24 |
---|---|
폰에 '신분증 사진' 지우세요…"30초만에 5000만원 빠져나가 (0) | 2025.04.24 |
40대를 위한 초보자 근력 운동 루틴 (1) | 2025.04.24 |
‘5월 황금연휴’ 무산…정부 “2일 임시공휴일 검토 안해 (2) | 2025.04.24 |
다이어트를 위한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 추천 (2) | 2025.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