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등산에 ‘푹’ 빠진 페미니스트들…여성마라톤 대회도 도전 본문
[인터뷰] 페미니스트 산악회 ‘위민온마운틴’
2020년 결성…2030 여성 130여명으로 구성
오는 5월 제25회 여성마라톤 대회도 도전
"할 수 있어요. 10㎞ 별거 아니에요."
"저도 5㎞까지만 뛰어보고 10㎞에 도전했었는데 대회 분위기에 힘입어 뛰게 되더라고요."
오는 5월 서울 상암 평화의공원에서 개최되는 여성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페미니스트 산악회 '위민온마운틴(Womyn On Mountain)'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3·8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인 6명의 회원들은 마라톤 참가 계획을 공유하고, 완주할 수 있다며 서로를 독려하기 바빴다.
2030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모인 위민온마운틴은 2020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시작됐다. '여성', '페미니스트', '운동', '산악회', '비혼'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며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회원은 어느새 130여명까지 불어났다. 정기 모임이 별도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채팅방에 올리면 동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산에 오른 횟수는 무려 49회. 2021년 가입한 부리(활동명)는 "산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오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여자들만 있으니 더 쉽게 오르게 된다"며 "등산도 산책 나가듯 습관처럼 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산악회 가입 전 모두가 등산을 취미로 즐기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등산을 산책처럼 즐기게끔 이들을 사로잡은 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래리(활동명)는 "산을 오르며 건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올라가 간식을 나눠먹는 것도, 계절마다 바뀌는 공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부리는 "도시 생활을 하다 보니 등산을 하면 새삼 흙·산·나무 냄새 등 자연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산은 지리산·설악산·북한산·안산 등
등산 두렵다면 둘레길 코스부터 시작하는 것도
위민온마운틴 회원들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산은 어딜까. 이들은 지리산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산보(활동명)는 지리산에 대해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나옹(활동명)은 "유명한 높은 산을 오르고 싶었는데 여성과 관련된 것을 찾다 지리산 산신(마고할미·노고)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비구니 사찰(대원사)도 있어 의미를 부여하고 산에 올랐다"며 "목표대로 천왕봉에도 올랐고, 별도 보고 일출도 관람해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이외에도 회원들은 △설악산 △아차산~용마산 △북한산 등을 인상 깊었던 산으로 뽑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안산을 언급한 래리는 "안산 메타세쿼이아 숲에 해먹이 있다. 그곳에서 낮잠을 자고 내려와 황톳길을 밟은 기억이 좋았다"며 "진입장벽을 낮추면 더 오래, 즐거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등산을 시작하고 싶지만 도전을 머뭇거리는 여성들을 향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리는 "서울은 한양도성길 등 둘레길 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그런 길부터 익숙해진 다음 산행에 입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나옹은 "여자 혼자 산에 간다 하면 위험하다고 인식하기 쉽다"며 "하지만 함께 가면 더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도 갖지 말고, 가볍게 자연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산악회 활동으로 페미니즘 운동 에너지 얻어"
페미니스트 여성으로만 구성된 산악회인 만큼 장점도 많다. 회원들은 모임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과 결속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산보는 "등산 그 자체로도 좋지만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과 몸에 대한 대화를 하다 보면 다이어트, 식이조절을 통한 몸의 통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건강을 위한 운동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나옹)
"저희 다 페미니스트라 활동하기 바쁘잖아요. 시위도 나가야 하고, 청원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보니 체력이 중요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함께 싸울 동지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공교롭게도 산악회에 그런 분들이 많았고, 건강한 동료들을 만나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가는 것 같아요." (박산)
"운동을 할 때 남자들과 함께 있으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탈브라'한 상태에서 산행을 할 수 있으니 너무 편하죠. 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고, 등산 외에도 수영, 풋살, 마라톤, 캠핑 등 여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더블유·활동명)
모임 때마다 여성의제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더라도 이들 모두 여성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도 참여한 이들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남녀 임금차별 △여성의 주거 불안정 △여성혐오 범죄 및 여성혐오 정치 △사이버 성착취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를 주도하고, 여성혐오에 맞선 2030 여성들을 더 포용해달라는 바람도 드러냈다. 박산은 "여성테러범죄 등 여성들이 목소리 내는 의제들이 많다"며 "하지만 그 성과와 노고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여성 내에서도 의견이) 양분화돼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부리는 "최근 2030 여성 중 정치 고관여자가 늘어났고, 이들이 집회문화도 획기적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단체 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래리는 "2030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와 단체들의 의제가 함께 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마라톤은 산악회 동지 만나기 위한 연례행사"
위민온마운틴 회원들은 이제 다가올 여성마라톤 대회 출전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대부분 5㎞와 10㎞ 코스에 출전한다. 몇몇 회원들은 지난해에도 대회 한 달 전 한강에 모여 10㎞를 달리며 준비했다. 지난해 20여명이 회원이 여성마라톤에 참가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숫자의 회원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박산은 "여성마라톤은 산악회 동지들을 만나기 위한 연례행사"라고 표현했다. 부리는 "지난해 기록에서 10초라도 당기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집 근처 공원에서 3㎞, 5㎞씩 연습하고 있다"며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여성마라톤과 산악회 둘 다 공간을 점유하는 경험이잖아요. 여성들과 함께 공간을 점유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올해로 다섯 번째 참가하는 건데 뜻이 맞는 사람들과 소속감과 연대를 확인한다는 의미가 커요." (나옹)
"10㎞ 코스에 출전하는데 부상 없이 체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예요. 여성마라톤에 유아차를 끌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아이와 함께 뛰시는 분들도 있는 데 이 자체가 생소한 경험이죠. 젊은 여성분이 많이 나오셔서 좋고, 힘을 많이 얻어 갑니다." (래리)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3841?cds=news_media_pc&type=editn
등산에 ‘푹’ 빠진 페미니스트들…여성마라톤 대회도 도전
"할 수 있어요. 10㎞ 별거 아니에요." "저도 5㎞까지만 뛰어보고 10㎞에 도전했었는데 대회 분위기에 힘입어 뛰게 되더라고요." 오는 5월 서울 상암 평화의공원에서 개최되는 여성마라톤 대회를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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