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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숨 잘 쉬는지 코밑에 손 대야 아나요”… 노인 돌봄 AI로 대체 본문
어르신 숨 잘 쉬는지 코밑에 손 대야 아나요”… 노인 돌봄 AI로 대체
요양원 인력 부족 해결 나선 제론엑스
시설 설계도 기반 디지털 트윈 구현… 노인 위치와 상태 실시간으로 파악
자체 개발 바이털 밴드 손목에 차면 활력징후 상시 측정, 위험까지 예측
돌봄 업무 본질에 집중토록 도와… 중동과 일본 등 해외로도 진출

김운봉 제론엑스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돌봄서비스 플랫폼 하드웨어(허브와 밴드)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정기적인 바이탈 체크 등 요양사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이는 어르신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유로 이어진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스타트업 제론엑스는 요양원 돌봄 인력의 업무 강도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회사다.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같은 돌봄 인력들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어야 이들이 환자들을 돌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제론엑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운봉 대표이사(51)는 돌봄 인력의 낮은 처우와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250만 명인데 실제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분은 60만 명이 되지 않는다. 일은 고된데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보다 못한 처우를 받다 보니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요양보호사 1명당 2.1명을 돌보는 것이 적정 수준이지만, 현실에서는 한 명이 28명까지 돌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제론엑스가 ‘늘케어’라는 요양시설 통합 돌봄 시스템을 만든 배경이다.
● “바이털 체크 자동화된다면…”
제론엑스에 따르면 돌봄 인력이 자신의 전체 업무 시간 중 어르신을 직접 돌보는 업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30%에 불과하다. 많은 시간을 어르신의 정기적 활력징후 점검(바이털 체크: 체온과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 호흡수 측정)과 기록, 환경 관리 등 단순 반복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르신 한 분당 바이털 측정에만 5분 정도 소요된다. 49인 요양원을 가정했을 때 만약 하루에 두 번 체크한다면 총 490분(8시간 10분)이 필요하다. 2∼3명이 나눠서 하더라도 하루 중 상당 시간이 소모된다”고 했다. 한밤중에 어르신들이 잘 때는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코밑에 손을 대거나 흉곽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정상 상태인지 점검해야 한다.
제론엑스 인공지능(AI) 디지털 케어 플랫폼 ‘늘케어(NEUL Care)’는 통합 관제 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허브 센서로 구성됐다.
늘케어의 핵심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늘밴드’다. 체온,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호흡수 등 바이털 데이터를 측정한다. KAIST와 공동 개발한 이 기기는 한 번 충전으로 8일 이상 사용할 수 있어 노인 돌봄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늘밴드는 10분이나 1시간 단위 등 필요한 주기마다 24시간 내내 바이털을 체크한다.
늘케어는 요양시설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다. 어르신 위치와 상태를 돌봄 인력이 실시간으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행이 자유로운 사람의 위치 파악이 용이한 것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트윈으로 정확하게 병실에 어떤 건강 상태로 있는지를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상태 표시와 함께 알려 준다”고 했다. 저전력 블루투스(BLE) 방식을 이용해 30cm 정확도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 상태도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제론엑스는 설명한다.
어르신 위험 상태 분석과 예측에는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어르신의 과거 병력 데이터를 학습해 위험도를 매기고, 실시간 바이털 데이터의 변이를 감지해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위험과 중위험, 저위험으로 표시해 돌봄 인력이 우선순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효율적일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서 체온이 37도면 1점, 산소포화도가 80%로 떨어지면 1점, 이런 식으로 각각의 스코어링 데이터가 모여 3점 이상이 되면 고위험으로 인식해 돌봄 인력에게 경고음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늘케어 서비스는 월 구독 방식(병상당 1만∼2만5000원)으로 제공되며, 바이털 체크와 같은 단순 기능부터 낙상 방지 및 AI 위험 예측 등 프리미엄 기능까지 선택할 수 있다.
● 상장사 사업 부서 인수해 창업
제론엑스는 상장사로 AI와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비투엔(B2EN)의 실버케어 사업부가 독립해 지난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비투엔으로부터 자산과 특허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창업해 비교적 빠르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나와 푸르덴셜생명 마케팅팀을 거쳐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라온시큐어 창업 멤버로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다. 이후 AI 전문기업 아크릴 부사장을 지냈고, AI 시니어케어 소셜벤처 리즈마를 공동 창업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김 대표는 창업 계기에 대해 “미국 뉴욕주 정부에 AI 스피커 돌봄 서비스를 수출하던 리즈마 시절 투자자로 인연이 닿은 비투엔 전 경영진의 추천으로 실버케어 사업부를 인수하게 됐다”고 했다.
제론엑스의 서비스는 이런 배경 덕분에 창업 이전인 2023년 9월부터 시작됐다. 현재 요양원 5곳과 요양병원 1곳이 사용 중이며, 국내 유명 실버타운 1곳이 도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앙보훈병원에는 지난해 퇴원 환자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공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보훈 환자 중에는 만성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늘케어 플랫폼을 활용해 집에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제론엑스에 따르면 요양기관 돌봄 인력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루 종일 바이털 체크에 매달리다시피 했는데, 그 시간을 더 위중한 어르신을 돌보는 데 사용할 수 있어 좋다는 것. 또 주말 등 간호 인력이 근무하지 않을 때도 활력징후 데이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반응 등이 있다.
● “금융과 결합한 돌봄 새 패러다임을 열고 싶어”
제론엑스는 늘케어 구독 시장을 넘어선 더 넓은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축은 바이털 밴드와 생활가전을 만드는 기업과의 협업이다. 제론엑스는 늘케어에 공조 시설이나 생활가전까지 연동함으로써 더 쾌적한 돌봄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가전 회사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대기업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새로운 금융 상품 개발 때문에 금융그룹은 요양 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금융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본은 요양 산업에 투입되는 전체 비용의 50%를 개인이 민간 금융 상품을 통해 스스로 준비한다. 나머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 50%가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제론엑스는 노인 돌봄을 위한 금융 상품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동차 보험에서 블랙박스 유무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듯, 늘케어 서비스를 통해 위험도와 실시간 데이터 측정이 가능하다면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운봉 제론엑스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해 10월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산하 노인전문병원 의료진에게 늘케어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 성공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제론엑스 제공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산하 노인전문병원의 의료진을 상대로 작년 10월 국내에서 늘케어 서비스를 시연했다. 올해 2월에는 일본 유명 통신기업과 일본 진출을 위한 초기 협의를 시작했다.
제론엑스는 현재의 요양 시설 중심에서 나아가 홈케어 영역까지 진출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가 확정된 미래다. 이를 타개하려면 AI와 로봇, ICT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돌봄 인력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 고용 정착률을 높이고, 돌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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