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웰니스

신념과 공동체 그리고 팥밥… 스리랑카인이 오래 사는 비결 본문

일상

신념과 공동체 그리고 팥밥… 스리랑카인이 오래 사는 비결

SM_SNAIL 2025. 5. 10. 18:00

신념과 공동체 그리고 팥밥… 스리랑카인이 오래 사는 비결

평균 수명, 인접 국가 인도보다 10년 길어

스리랑카는 남아시아에 위치한 섬나라로, 인도 대륙에서 떨어지는 눈물처럼 생겼다고 해서 ‘인도의 눈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잘 산다'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적으로 부유해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도 '잘 산다'고 표현한다. 두 해석은 일반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띠는데, 저·중소득 국가에선 GDP(국내총생산)가 높을수록 안정적인 위생·보건 정책이 수립돼 평균 기대 수명도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스리랑카'는 특별하고, 특이한 국가다. 경제적으로는 명백히 잘 '못' 사는 나라다. 2022년 국가부도를 겪었고, 아직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GDP는 2023년 기준 약 844억 달러다. 근처 국가인 인도(약 3조 5500억 달러, 세계 5위)와 42배가량 차이 난다. 하지만 평균 기대 수명으로는 '잘' 사는 나라에 속한다. 스리랑카는 77.23세로 인도(67.31세)보다 약 10년이나 길다. 순위로 따져보면 스리랑카는 185개국 중 36위, 인도는 133위로 약 100계단 차이가 난다.

스리랑카의 가난해도 오래 사는, 그 이유가 뭔지 현장에서 직접 알아봤다. “아유보완.” 그들은 인사말부터 남달랐다. ‘당신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종교 ▲의료 정책 ▲식습관이 이 인사말을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국민 70% 불교도, 온화한 성격과 공동체 생활 중시해
운이 좋았다. 스리랑카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18일부터 열흘간 석가모니 치아 사리를 외부에 공개했다. 딱 기자가 스리랑카를 한창 여행하고 있을 시기였다. 석가모니 치아 사리는 국민 70% 이상이 불교도인 스리랑카에서 매우 중요한 보물로 여겨진다. 설렌 마음을 안고, 석가모니 치아가 있는 불치사로 향했다. 그곳에서 더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흰색 상·하의를 입은 사람들이 절터를 넘어 길거리까지5km는 족히 돼 보이는 줄을 이루고 있었다. 실제 전시 7일 차에는 약 45만 명이 10km의 줄을 섰다고 한다. 단 몇 분 치아 사리를 보기 위해, 밤낮을 새며 줄을 서고 있는 그들의 모습과 종교적인 신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동국대 불교학부 고영섭 교수는 "스리랑카에는 극단을 피하고, 서로 의존하고, 고통을 수용하는 등 불교의 실천적인 가르침이 마음가짐과 삶의 방식에 스며들어 있다"며 "기대 수명이 긴 데에는 온화한 기후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불교적 가치관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9일 스리랑카 캔디에 있는 불치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석가모니의 치아 사리를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사진=이슬비 기자
종교로 유발됐든, 되지 않았든 온화한 성격은 신체 건강에 좋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향은 자율신경계나 심혈관계에 부담을 덜 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95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진 연구에서도, 느긋하고 자기 주장이 약한 사람들은 다혈질이거나 경쟁적인 성격의 사람보다 각종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과 전반적인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리랑카인은 느긋하고 온순하며 평화로운 성격으로 유명하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강성용 교수(남아시아센터장)는 "대다수 문화학자가 스리랑카에 불교문화가 있어 사람들이 안정적이 온순한 문화를 보인다고 인정한다"며 "국가 부도가 났을 때도 비교적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큰 폭동이 없었다"고 했다. 스리랑카에서 만난 날린 밀로이(54)씨는 "윤회를 믿는다"며 "지금 일어나는 삶의 일정 부분이 모두 전생에서 온 걸로 보고, 조급해할 것 없이 이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저녁 시간 한 스리랑카 가족이 켈라니야 사원을 방문해 기도 하고 있다./사진=이슬비 기자

스리랑카는 종교적 믿음을 기반으로 가족과 지역사회 공동체 문화가 굉장히 탄탄한 국가기도 하다. 이런 성향도 기대 수명을 높이는 요소일 수 있다. 마지막 날 저녁 9시경, 석가모니가 방문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스리랑카의 유명 성지 '켈라니야 사원'을 방문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많은 가족이 사원 곳곳에 둘러앉아 기도하고 불경을 읊조리고 있었다. 70년간 진행된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에 따르면 장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좋은 사회·공동체적 관계'였다.

불교 교리에 따라 술을 금기시하는 경향도 있다. 대다수 특별한 날만 마시고, 여성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일차 보건의료시스템, 일찍이 발달
스리랑카는 경제 규모 대비 보건의료시스템이 우수하다. 버스를 타고 스리랑카 시내를 달리면서, 쉽게 병원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밀로이씨는 "남아시아에서 스리랑카는 의료 시스템이 매우 잘 구축된 곳"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원정 치료를 오기도 한다"고 했다. 놀랍게도 스리랑카의 보건의료 체계는 경제적으로 더 잘 사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인접 국가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버스를 타고 스리랑카 길거리를 지나가며 쉽게 병원을 찾아볼 수 있었다./사진=이슬비 기자

특히 일차의료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 '랜싯' 학술지에서도 이 점에 주목하며 지난 2023년 사설을 게재했는데, 이른 시기인 1926년부터 지역 단위로 보건소를 두고, 1950년부터 무상 공공의료 시스템을 운영한 점에 주목했다.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스리랑카에는 민간의료 기관도 공존하고 있다. 강성용 교수는 "국가 기구와 협력해 소아 백신 90% 달성 등 모자 보건을 집중 관리하면서 유아 사망률이 떨어진 게 특히 기대 수명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스리랑카에 거주하고 있는 김성진 작가(스리지나라트나 기술대 언어학부 한국어학과 교수)는 "스리랑카는 인접 나라보다 의료 접근성과 시스템이 좋다"며 "출생 등록이 되면 영유아 건강 기록을 추적하고, 공무원이 가정 방문도 한다"고 했다.

다만, 국가 부도로 경제가 악화하면서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아시아팀 관계자는 "스리랑카는 지역보건사무소에서 주민의 질병 예방 활동과 생활 습관 개선 교육을 하고 있고, 현대의학뿐 아니라 스리랑카 내에 아유르베딕·우나니 등 전통 의료 시스템도 공존하고 있어 건강 지표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도 "보건부 내 수가 관리 체계가 마련돼있지 않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합리적인 제도 수립을 돕기 위해 현지와 공동으로 근거를 마련 중"이라고 했다.

팥밥, 코코넛 밀크, 허브 등 ‘저가공·자연식’ 자급자족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건강에 직결된다. 스리랑카는 인근 국가보다 균형 잡힌 식사가 가능했다. 강성용 교수는 "인도에서는 냉장 유통망을 갖추기 힘들어 싱싱한 채소를 먹기 어렵고, 식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많은 식자재를 튀겨 먹는다"며 "스리랑카는 국가 단위가 작아서 여러 식자재를 현지 조달하기 쉬워 채소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여러 조리법으로 균형 있게 먹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정크 푸드도 확산하고 있지만, 비교적 덜 퍼진 국가다. 국민의 약 30%가 농업에 종사하며, 자연식·저가공 식품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먹은 음식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팥밥이 주식이다. 오른쪽 사진은 기내식으로 나온 키리 바트./사진=이슬비 기자
지난 2018년 스리랑카에서도 특히 평균 기대 수명이 높은 남부 지방의 건강 요인를 규명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시됐다. 식습관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는데, ▲주식이 쌀밥(특히 팥밥)이고 ▲잎채소·채소·생선과 함께 섭취하고 ▲코코넛밀크·잭프루트·폴팔라 등 건강한 전통 식자재 사용 빈도 높고 ▲무설탕 홍차 소비가 많은 것 등이 꼽혔다. 실제 현지에서 팥밥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코코넛밀크를 이용한 음식이 많았다. 대표적인 전통 음식으로는 코코넛 밀크를 넣어 만든 떡 질감의 쌀밥인 ‘키리 바트’가 있다. 밀로이씨의 추천으로 직접 먹어봤다. 쌀이 치아에 달라붙을 듯하다 부스러지며 고소하고 달큰한 코코넛 밀크 향이 강하게 입안에 퍼졌다. 코코넛 밀크는 칼슘, 비타민D,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열량이 높은데, 적당량을 먹는다면 건강에 좋은 식자재다. 김성진 작가는 "가공하지 않은 허브를 식자재로 많이 사용한다"며 "현지인들도 자기들은 이런 식자재를 많이 먹어 오래 산다고 믿더라"고 했다.

스리랑카 제 2도시 캔디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론티 공장 내부 모습. 차는 스리랑카의 주요 수출품으로, 지난해 2억4570만kg(14억 3000만 달러 규모)이 수출됐다./사진=이슬비 기자
식습관 외에도 연구에서는 흡연율이 낮고, 공동체 생활을 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장수 유전적인 전승되는 것이 기대 수명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46/000009143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