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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성지에서 보내는 치유의 시간…베트남 옌뜨 본문
(옌뜨[베트남]=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 북부의 옌뜨산 국립공원은 베트남의 대표적 불교 성지로 꼽힌다.
700여년 전 베트남 쩐 왕조의 유산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차분하고 아늑한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옌뜨산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옌뜨산수많은 베트남 국민이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 옌뜨산 문화유산은 조만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인뿐 아니라 세계에서 더 많은 손님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북부 꽝닌성과 박장성 경계에 해발 고도 1천68m의 옌뜨산이 자리 잡고 있다.
700여년 전 옌뜨산에서 베트남 쩐 왕조의 세 번째 왕인 인종(1258∼1308)이 출가한 이후 이곳은 베트남 불교의 대표적 성지가 됐다.
현지에서는 '100년의 덕을 쌓아도 옌뜨에 오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제는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복을 빌려고 옌뜨산을 찾는다.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시절 팀과 함께 이곳을 찾아 좋은 성적을 기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옌뜨산 정상의 작은 절 쭈어동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국의 영웅에서 불교의 큰 스승으로옌뜨산 곳곳에는 쩐 인종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그는 몽골의 최전성기인 원나라 쿠빌라이 칸 당시 몽골군의 2차례 침략을 '베트남의 이순신'으로 꼽히는 명장 쩐흥다오(1228∼1300)와 함께 물리친 구국의 영웅이다. 이후 태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태상왕 신분으로 옌뜨산에서 출가했다.
자신을 죽림대사(竹林大士)로 칭한 인종은 선종 불교의 일파인 '쭉럼'(竹林) 불교를 창시, 베트남에 선종 불교를 보급했다.
그의 진신사리가 담긴 사리탑과 높이 12.6m의 황금색 동상을 비롯해 '쭈어호아옌'(花燃寺), '쭈어못마이'(一梅寺) 등 10개의 절과 500여개의 크고 작은 사리탑이 옌뜨산 곳곳에서 방문객을 반긴다.

쩐 인종의 황금색 동상 [사진/박진형 기자]
가파른 산을 올라 소원을 빌다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음력설 '뗏'(Tet)을 갓 지난 주말에 옌뜨산을 찾았다. 베트남 사람들이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몰려드는 시기라고 한다.
소원을 빌려면 산 정상의 작은 사원 '쭈어동'까지 올라야 한다. 도보로 오르려면 비교적 경사가 급한 계단을 정상까지 4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다행히 총길이가 약 2㎞에 달하는 케이블카 덕분에 그 절반 정도의 시간에도 오를 수 있다. 다만 케이블카를 이용해도 계단을 1천개 정도 올라야 하므로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는 어려운 길이다.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산등성이 위를 가파른 각도로 날아오르자 옌뜨산을 뒤덮은 울창한 숲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상쾌한 기분을 자아냈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니 케이블카 밑에서도 수많은 인파가 등산로를 가득 메운 채 걸어서 오르고 있었다.

가파른 등산로 계단 가운데 자리 잡은 쩐 인종의 진신사리탑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문객 대다수가 당연히 케이블카를 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옌뜨산을 찾는 사람 다수가 순례에 의미를 두고 걸어서 오른다고 안내인은 설명했다.
케이블카 구간이 끝나고 등산로를 따라 순례객들과 합류해서 정상으로 올라갔다.
각도가 40도는 넘을 듯한 가파른 계단을 대나무 지팡이를 하나씩 들고 오르는 이들의 표정은 대부분 힘들어 보이지 않고 매우 밝았다.
어린 자녀를 등에 업거나 목말을 태우고 오르는 부모들도 보였다. 저마다 마음속 소원과 희망 덕분에 힘든 것도 잠시 잊은 듯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쭈어동의 연꽃 모양 청동 지붕이 보였다.
출근길 신도림역처럼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절을 둘러싸고 기도하는 인파를 바라보며 산에서 내려왔다.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호텔의 수영장과 건물들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레거시 옌뜨-엠갤러리옌뜨산 바로 밑에는 이곳의 대표적인 호텔인 '레거시 옌뜨-엠갤러리(MGallery)'가 자리 잡고 있다.
'럭셔리 호텔 디자인의 거장'으로 불리는 유명 건축가 빌 벤슬리가 쩐 인종 당시의 왕궁·사원을 모티브로 이곳을 설계했다.
어느 공간을 봐도 줄줄이 늘어선 나무 기둥, 서까래, 난간, 돌바닥, 습기를 흡수하는 쌀알로 마무리된 외벽 등이 700여년 전 고궁이나 절에 와 있는 기분을 자아낸다.
전체 외관을 나무, 돌, 청동 같은 자연 재료로만 구성했고 호텔 어디서도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섀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호텔 내 라운지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빌 벤슬리 특유의 '지독할 정도로 콘셉트에 충실한' 건축 철학을 시종일관 관철해 고객 짐을 나르는 손수레나 화장실 표지 등 소품 하나하나까지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여기에 곳곳에 배치된 풍경과 바람이 만나 울리는 맑고 은은한 소리까지 더해지면 템플 스테이에 온 듯한 착각까지 든다.
호텔 측이 2018년 문을 열면서 객실에서 TV를 빼는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도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휴식과 심신의 치유에 집중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떠들썩한 클럽이나 술집 대신 요가, 명상, 약초 치유법 같은 웰니스 중심의 서비스를 갖춘 것도 같은 의도다.
호텔 안팎 어디서 어느 각도로 찍어도 잘 보존된 고궁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예쁜 사진이 나오는 것은 덤으로 얹히는 즐거움이다.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호텔 내 스파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옌뜨 빌리지호텔 밖으로 나가면 역시 쩐 왕조 당시 전통 마을을 연상시키는 상점가가 펼쳐진다.
레거시 옌뜨 호텔이 옛 왕의 거처라면 이 마을은 백성들이 사는 마을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먹거리나 기념품을 파는 상점부터 전통 음악 공연, 서예, 전통 모자 만들기, 대나무 가면 색칠하기 같은 체험 장소를 갖춘 것은 한국민속촌을 떠올린다.
곳곳에서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아름답게 차려입은 청춘남녀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한국 고궁에 모이는 한복 차림의 관광객처럼 베트남 젊은이들도 이곳을 찾아 전통의상을 입은 모습을 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이 함께 돈을 모아 호텔에 머무르며 평소 찍고 싶었던 사진을 마음껏 찍기도 한다. 결혼사진을 찍는 일행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옌뜨 빌리지에서 전통음악 공연을 하는 사람들 [사진/박진형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273195
[여행honey] 불교 성지에서 보내는 치유의 시간…베트남 옌뜨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 북부의 옌뜨산 국립공원은 베트남의 대표적 불교 성지로 꼽힌다. 700여년 전 베트남 쩐 왕조의 유산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차분하고 아늑한 치유의 시간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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