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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과거는 어디로...런던, 이대로 명성 잃을까 [읽어보고서 사]

SM_SNAIL 2025. 3. 22. 07:01

'금융허브' 런던의 몰락
英증시 탈출하는 글로벌 기업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기술적 경기침체기 진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마차에 올라 버킹엄궁에서 나서는 모습. 뉴스1

읽어보고 사도 늦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부 출연기관과 한국은행, 각종 연구소까지 하루에 쏟아지는 보고서만 수십 개가 넘는다는 것. 숨 가쁜 투자자를 위한 리포트 해설 시리즈 [읽어보고서 사]는 화·목·토 아침 6시 나온답니다. 어젯밤 여의도에서 가장 '핫'했던 이야기만 요약해 드릴게요. 놓치면 후회할 보고서, 알짜만 쉽게 풀어쓴 기사를 오늘부터 챙겨보세요.

[파이낸셜뉴스] '금융허브'인 영국 런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런던 증시에서 빠져나간 기업은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요. 유동성이 따라주지 못하자 신규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기존 상장사들마저 탈출하기 바쁜 분위기입니다.

다만 KB경영연구소는 런던이 글로벌 금융허브의 위상을 향후에도 지켜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근 영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KB경영연구소의 '기업의 엑소더스...런던은 글로벌 금융허브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 런던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봅시다.

KB경영연구소 제공

■런던에서 탈출하는 글로벌 기업들


런던은 꽤 오랫동안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해왔습니다. 유럽의 중심지라는 지리적·역사적 이점에 혁신적인 금융 인프라, 안정적인 법·제도 환경, 세계적 수준의 금융 인력 등이 뒷받침해주며 큰 존재감을 보여왔죠.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런던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기업은 309개사로 유럽에서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공개(IPO) 규모가 크게 위축되면서 신규 상장 기업들도 크게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 런던 증시에 새로 입성한 기업은 18개사로, 3년 만에 86% 급감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많은 기업들이 런던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은 자국 증시 대신 미국 나스닥에서 IPO를 진행했습니다. 유럽 최대 여행사 투이(TUI)는 자산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 거래량의 25%를 차지하는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고, 거래량이 많은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KB경영연구소 제공

■브렉시트, 런던 추락의 시작


런던의 위상이 낮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보고서는 △브렉시트 △런던증권거래소의 하향세 △글로벌 금융허브를 향한 경쟁 심화를 그 이유로 꼽습니다.

런던은 브렉시트로 ‘패스포팅(Passporting)’ 권리를 잃었고, 유럽연합(EU)의 단일 시장 접근 권한도 사라졌는데요. 이로 인해 금융사는 물론 파생상품 청산과 같은 금융 서비스도 프랑크푸르트, 파리, 암스테르담 등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가 약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패스포팅은 EU 권역에 있는 한 국가에서 설립 인가를 받으면 다른 국가에 지점 개설 시 별도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제도입니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며 성장률도 둔화했습니다. 2019년 영국의 실질GDP 성장률은 1.6%로 독일(1.0%), 프랑스(2.1%) 등 유럽 주요국과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공식적인 EU 탈퇴와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며 -10.3%로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경험했죠. 2023년 4·4분기에도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한 상황입니다.

KB경영연구소 제공

■따라잡을 수 없는 미국과 숨가쁘게 뒤쫒는 아시아


런던이 침체기에 빠진 동안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미국은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홍콩과 싱가포르의 금융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런던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분위기입니다. 두바이 역시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면서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금융 허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월적인 자본시장 규모와 유동성, 규제 환경의 유연성, 달러 패권의 구조적 이점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 영향력 등을 앞세워 세계 최고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뉴욕증권거래소는 △광범위한 투자자 풀과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자본 밀집 △낮은 밸류에이션의 사업 초기 적자 기업에 대한 높은 기업 가치 부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수천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 예고 등에 힘입어 안정적으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뉴시스

■과감하게 혁신 금융 생태계 조성해야 런던 지위 지킨다


그럼에도 KB경영연구소는 런던은 여전히 세계 금융 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정부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 회복이 전제조건이라는 분석입니다. 구체적으로 강력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은 레볼루트(Revolut), 와이즈(Wise) 등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와 결합된 핀테크 기업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면 향후에도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녹색금융 관련 노하우와 제도적 기반이 잘 갖춰진 점도 강점입니다. 미래 유망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면 녹색금융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글로벌 금융 허브의 신뢰도는 안정적인 정치 환경과 일관적인 법·규제 체계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영국 정부가 EU와의 협상, 기타 무역 파트너와의 조율, 국내 경제 정책 등에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마지막으로 KB경영연구소는 런던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투자 확대와 EU 와의 규제 협상 타결이 관건이 될 것으로 진단, 혁신 금융 생태계 조성에 대한 보다 과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화려했던 과거는 어디로...런던, 이대로 명성 잃을까 [읽어보고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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