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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치료 희망 ‘허가초과 항암요법’…환자 최우선해 제도 개선해야

SM_SNAIL 2025. 5. 16. 14:00

말기암 치료 희망 ‘허가초과 항암요법’…환자 최우선해 제도 개선해야

대한종양내과학회, 16일 춘계학술대회서 제도 개선 방안 논의

2023년 5월 대한종양내과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허가초과 항암요법 제도 관련 개선을 제언했던 이재련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대한종양내과학회 제공
이름도 낯선 ‘허가범위 초과 항암요법’
‘기존 약물을 허가 외 암종에 치료’ 뜻
항암 실패 때 마지막 실낱 희망이지만
너무 엄격…말기암 환자 거의 사용 못해
“전문학계가 ‘근거 인정한 때’는 기회 줘야”

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는 낯설고 두려운 과정이지만, 무엇보다 걱정되는 일은 나에게 잘 맞고 치료 반응이 좋은 항암제가 있을지 문제다. 특히 항암치료 과정이 길어지면서 항암제 투약 횟수(사이클)가 늘어나거나, 치료 반응이 낮아 처방 약을 바꿔야 할 때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곧 암 연구이기도 하다.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없애고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신약과 각종 진단검사를 개발하고 더 나은 임상치료 방식을 연구한다.

이와 관련한 또 다른 방법으론 ‘허가범위 초과 항암요법’(허초요법)도 있다. ‘항암요법 허가초과 사용’ 혹은 ‘허가범위 외 항암제’라고도 불리며 환자들에겐 ‘오프라벨 처방’이라는 용어로도 익숙하다.

하지만 어려운 이름 탓에 그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처음 들었을 땐 임상시험 참여와 같이 아직 승인받지 않은 신약을 처방받거나 치료 효과 개선을 위해 항암제의 처방 용량을 바꾸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궁극적으로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려는 목표는 같지만, 사실은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오히려 이 제도는 이미 도입·출시된 치료제가 기존에 허가받은 암종이나 질환(적응증)이 아닌 새로운 질병에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해보는 방법이다. 일부 연구 결과나 환자 사례 보고 등 임상 및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치료 결과가 해당 질환에 대해서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약물을 처방한다. 그만큼 공식적인 표준치료제 등 기존의 치료제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응급 상황의 암 환자와 담당 의사가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며 결정하는 마지막 선택지다.

국내에선 2008년 사전승인 방식으로 제도화했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해 사실상 실효성이 낮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이를 허용하는 외국의 대형병원 등에서 원정 치료를 받는 절박한 환자 사례가 늘어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치료법을 시도하기 위해 높은 치료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외국행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보건 당국은 2018년엔 이 치료법을 선제적으로 사용하고 당국이 사후에 승인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다만 제도 오남용 방지를 위한 엄격한 행정절차 탓에 여전히 활용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여전히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는 말기암 환자와 의료계의 불만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항암치료 등 암 치료법 전반을 연구하는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종양내과학회(KSMO)는 지속적으로 제도 활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정책 개선을 제언해왔다. 올해 초엔 항암제 범위에서 해당 제도의 주무 기관을 맡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강중구 원장이 ‘연내 제도 개선을 매듭짓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학회는 오는 16일 춘계학술대회 정책 세션 자리에서 재차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래는 학회의 보험정책위원장인 이재련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허가초과 항암요법 제도의 중요성과 개선 방향에 대해 자문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허초요법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치료법이다. 기존의 표준치료 방법을 소진해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숨어 있는 소수의 치료 사례를 발굴해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 약제로 치료받을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제도적으론 해당 암종에 보장하지 않는 치료요법인 만큼 현재로선 환자 개인이 치료에 드는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에, 국가의 공적 의료재정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한편으론 제도명 때문에 제도적으로 허가하지 않은 약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다.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예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는 완전한 신약은 애초에 허초요법에 대한 승인 대상도 아니다. 기본적으론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고시된 약제를 △중증질환자에 한해 적응증을 변경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초요법 사용을 신청하는 약물 대부분은 이미 개발된 항암제로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 최근엔 이론적으로 다양한 암종에 사용이 가능한 면역항암제도 신청할 순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진료 현장에서 다암종 적응증 임상연구를 진행할 만큼 많이 활용되고 있어 신청 대상에 흔히 해당되지 않는다.

본문 사례 1번(30대 남성 신장암 환자) 허초 제도 적용 치료 예후 개선 영상의학사진. 대한종양내과학회 제공
두 가지 사례도 소개한다. 2016년 당시 진료했던 매우 드문 유전 형태의 31살 남성 신장암 환자다. 표준치료법인 토리셀(성분명: 템시롤리무스) 항암치료를 2회 진행했으나 실패했고, 암 제거 수술도 했지만 이내 간 등으로 전이됐다. 2014년께 유럽에서 이러한 유전형의 신장암 환자 40여 명에 대해 비소세포폐암에 사용하는 ‘베바시주맙·엘로티닙 병용투여 요법’을 적용하여 30~60% 수준의 반응률과 2년 이상의 무진행 생존 기간을 확인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해당 환자에게도 이를 적용했는데 매우 우수한 부분 반응을 획득했다. 다만 이는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진료지침에 2017년에나 언급돼서 허초 사전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병원이 약제비를 반환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고, 우수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본문 사례 2번(70대 남성 신장암 환자) 허초 제도 적용 치료 예후 개선 영상의학사진. 대한종양내과학회 제공
다른 사례는 학계의 연구 사례로 허초요법을 적용해 치료 성과가 난 사례다. 신장암에서는 비교적 희귀한 비투명 세포암 형태를 보인 70살 남성 환자가 2023년 전남대병원을 찾았다. 당시 신장암 일차 치료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카보잔티닙-니볼루맙 병용요법을 7개월간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학회에서 전장유전체검사(NGS) 결과와 임상 정보, 치료 결과를 공공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암 진단과 치료법 연구에 연계하는 ‘KOSMOS 분자종양패널(MTB) 연구’에 의뢰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활용하는 알렉티닙 치료가 해당 환자에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KOSMOS 연구’는 한국 정밀의료 네트워크 연구를 가리킨다.

환자는 해당 요법을 공급받아 사용한 뒤 예후가 크게 개선됐다. 만약 이러한 치료를 현재의 허초요법 사용 신청 제도에 맞춰 사전 신청했다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환자는 치료받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KOSMOS 1차 연구는 참여 암 환자 51.3%가 신규 항암치료법을 받을 수 있었다. 기존엔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을 것으로 판단됐던 환자에서도 다수가 치료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처럼 ‘질병 치료’라는 이 제도의 최대 혜택은 이들 환자에게 돌아가지만,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현재 사전·사후 승인 형식은 행정적으로 경직된 측면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심평원의 의료 전문가 패널인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가 평가를 맡고 있지만, 허초요법에선 특히나 더욱 구체적인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학회 내 KOSMOS 연구단 등에 자율 승인 방식으로 맡기는 등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행정 당국은 충분한 치료 근거 및 부작용 정보, 비용 부담 수준 전달 등 의사와 환자 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자율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등을 사후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46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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