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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계단을 정복하는 그날까지, 박수빈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SM_SNAIL 2025. 3. 14. 16:07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
서울대학교 경영학 전공 후 SKT 근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접근성 정보 활동
대기업 퇴사 후 계단뿌셔클럽 창업으로 이어져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의 즐거운 동행 꿈꿔”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박수빈 계단뿌셔클럽 대표를 만났다. ⓒ여성신문



2021년 설립된 계단뿌셔클럽은 음식점, 카페 등의 계단정보를 수집·조회하는 앱(App)을 만드는 비영리 단체다. 계단뿌셔클럽 앱에는 건물로 들어가는 계단의 수, 휠체어나 유아차가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 유무 등의 자세한 접근성 정보를 모아 담았다. 매년 선선한 봄과 가을 크루들을 모집해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들이 함께 계단정보를 수집하고 앱에 입력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36세인 박수빈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재다. 어릴적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SK텔레콤에 입사해 7년가량 근무했다. 직장에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계단뿌셔클럽은 마침내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12월엔 영국 공영방송 BBC의 '올해의 여성 100인'에도 선정됐다.

박 대표는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의 즐거운 동행을 꿈꾼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때 자신보다 더 불안해하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바꿔보자'라는 마음이 들었고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퇴사와 함께 계단뿌셔클럽 대표로 이어졌다. 그는 계단뿌셔클럽을 통해 지인들과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는 후기에서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먼 훗날엔 후배들에게 '밥 사주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박수빈 대표를 여성신문이 만났다.

-인터뷰 일정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BBC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시고 대한상공회의소의 ERT 행사, 여러 언론 인터뷰 등을 진행하고 계신 데 인기를 실감하시는지.

특별히 인기를 실감하는 부분은 없고요(웃음). 지난해 인터뷰했던 일들은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라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입니다. 년 초에 일정이 조금 있었고 최근 가끔 연락을 주시는 정도입니다. 계단뿌셔클럽 크루 활동이 매년 봄과 가을인 3월과 9월에 열립니다. 인원 모집부터 행사 준비까지 공동대표님과 저 둘이 다 해야 하는 작업이라 가장 바쁠 때예요.

-계단뿌셔클럽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만나 어디 갈 때마다 계단이 없는 곳,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하니 불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같이 가는 사람들이 더 불편했을 거예요. 지난 몇 년간 지도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지만 제 불편함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누가 바꿔주지 않는구나',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서비스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으니 마음 맞는 동료 몇 분과 주말을 활용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정보를 모으고 입력하는데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2023년 가을에 퇴사하고 '계단뿌셔클럽'을 창업했습니다. 처음부터 창업할 생각이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계단뿌셔클럽 앱 내 계단정복지도 사용 화면.  ⓒ계단뿌셔클럽 누리집 갈무리



-계단뿌셔클럽 활동 중 가장 뿌듯했던 일은요.

아무래도 '너무 편하다', '앱 덕분에 정말 편하게 다녀왔다'라는 후기를 들을 때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예컨대 한 이동약자분이 익숙하지 않은 노원구 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앱을 통해 약속 장소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갈 수 있었다고 말해 준 적이 있습니다. 또 계단뿌셔클럽 활동팀 리더분이 팀 소풍을 가기로 한 날, 함께 밥 먹을 곳을 찾았는데 앱에 정보가 등록된 곳이 여러 곳 있어 골라 갈 수 있었다는 후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저희가 바라는 게 이런 거예요. 물리적인 이동 자체보다도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고 일일이 알아보는 게 귀찮은 일이 되면 결국 '그냥 집에 있지 뭐'하고 안 움직이게 되잖아요. 하지만 삶이라는 게 경험을 넓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가 함께 이동할 때 부담감 없이 재미있게 놀다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SK텔레콤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소위 말해 '엘리트 코스'를 밟으셨는데, 이동약자로서 당시의 경험을 공유해 주신다면.

제가 나온 대학교가 산을 끼고 있어 지형이 좋지 않습니다. 이동하기도 어렵고요. 학교에서는 장애 학생 지원센터가 있어 근무자가 강의실 이동을 도와주고 먼 곳을 이동할 때는 차량을 지원받았습니다. 미리 개강 전에 시간표를 바꿀 수 있도록 배려도 해주셨어요. 하지만 캠퍼스 생활이라는 게 수업이 다가 아니잖아요. 선후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습니다. 저를 잘 챙겨주고 어디든 함께 다녔어요. 덕분에 비장애인 친구들과 똑같이 시간표도 같이 짜고 엠티도 같이 다니며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생활에서는 어려움을 많이 못 느꼈어요. 사실 학교 시스템이 좋았다기보다 개인의 운이 좋아서 무사히 다닐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복으로 근근이 버텨 온 거죠.

SK텔레콤은 7년 정도 다녔는데,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서는 학교 다닐 때와 같은 관계는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을지로에 있는 티타워 본사에서 근무했는데 건물이 크고 공간이 넓어 휠체어로 이동하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감사했던 일은 부서를 이동하면 근무하는 층이 바뀌기도 하는데 장애인 화장이 모든 층에 있지는 않잖아요. 근무 층을 이동할 때마다 장애인 화장실로 바꿔주셨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비이동약자들이 이동약자들을 위해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여전히 휠체어를 타는 모습을 빤히 보는 시선들 많아서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적절히 무시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저희 활동이 서비스를 만드는 일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휠체어 사용자가 친구이자 동료임을 인지하는 것에 있습니다. '미래의 나' 또한 나이가 들면 휠체어를 탈 확률이 높잖아요. 이것이 내 친구, 내 가족의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또 유아차,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엘리베이터 공간을 '남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 5개가 넘도록 기다린 적이 있어요. 제가 만약 이동약자가 아니었다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어 당시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유독 한국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는 것을 꺼리시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내리기 싫어서'라기 보다 눈에 띄는 행동이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것 같아요. 또,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면 먼저 물어보고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갈 때 아무 말 없이 들어준다고 가져가면 훔쳐 간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박수빈 대표. ⓒ여성신문



-많은 기업이 정부가 정한 장애인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이 왜 중요할까요, 또 기업들이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장애인 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에 너무 공감합니다. 조직이 편향되지 않고 건강 하려면 팀에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편향된 생각을 일깨워 주는 측면뿐 아니라, 건강한 아웃풋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을 한다는 것은 경제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돼야 충족되는 건데, 이런 의미에서 기업이 장애인 고용률을 지키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정부와 함께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직무를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고 봐요. 소위 말하는 대기업들은 장애인 직무를 연구해 내는 것이 사회공헌의 한 방향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업에 무작정 고용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당근과 채찍을 더 잘 활용하고 기업도 협의해 가면서 포용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건물에 이동 약자를 위한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요.

'단순히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기 보다 이를 잘 지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런 법이 자신들을 혼내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등으로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득이 되게끔 설득해야 합니다.

저희가 이동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 살펴보고 여러 질문을 하다 보면 처음엔 경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다 자세히 듣고는 '휠체어 이동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 해봤다'면서 '너무 좋은 활동이다'라고 말해 주십니다. 그렇다고 지어진 건물을 다시 지을 수는 없잖아요. '건물을 짓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초단기로는 올해 3월 계단뿌셔클럽에서 매년 진행해 오던 '서울 정복활동'의 봄 시즌이 열립니다. 서울 변화가 중심으로 식당과 카페 등의 접근성 정보를 모두 수집해 정복할 예정입니다. 내년부터는 지역으로도 활동을 넓힐 예정이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앱에 여행 정보를 넣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2028년 LA에서 패럴림픽이 열리는데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도 계단뿌셔클럽을 열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먼 미래에는 좋은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할머니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먼저 지혜로와야 하고 말이 많으면 안 되고요, 옷을 잘 입고 후배들에게 가끔 맛있는 밥을 사줄 수 있는 그런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3776?ntype=RANKING

 

[CEO 길을 내다] 세상 모든 계단을 정복하는 그날까지, 박수빈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2021년 설립된 계단뿌셔클럽은 음식점, 카페 등의 계단정보를 수집·조회하는 앱(App)을 만드는 비영리 단체다. 계단뿌셔클럽 앱에는 건물로 들어가는 계단의 수, 휠체어나 유아차가 이용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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