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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불완전해도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연주가 진짜”

SM_SNAIL 2025. 3. 24. 14:01

“관객이 공연장을 나설 때 마음속 깊은 변화가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성공적인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진심으로 기쁨이나 슬픔과 접촉했고, 울거나 웃을 수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작곡가들이 바라는 바이며 그들이 음악을 통해 추구했던 것입니다.”
 
‘성공적인 공연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열네살에 콘서트를 열었다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9)가 “감정을 나누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며 내놓은 답이다.
 
“우리의 삶 대부분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함께 모여 앉아 ‘인간으로 산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그것이 우리 모두를 연결시켜 줍니다. 저는 콘서트에서 바로 이런 경험을 목표로 합니다.”

 

테츨라프는 악보에 대한 깊은 탐구와 탁월한 표현력, 다양한 레퍼토리로  돋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다. 크고 작은 콩쿠르 우승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게 보통인 클래식 무대에서 실력으로만 명성을 쌓았다. 그 결과 2015년 디아파종 황금상, 독일 음반평론가상 등을 연달아 받았다. 그는 “제가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강한 믿음, 작곡가의 내면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 그리고 음악을 연주할 때 느끼는 불타는 기쁨이 저를 지탱해왔다”며 “바로 이런 점들이 콩쿠르 수상 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무대에 초청을 받는 이유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태도가 제 커리어를 만들어온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저는 정말로 제 음악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를 강조하는 자신의 음악철학에 대해서도 “제 감정과 연주로 작곡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게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악보의 탐구자’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작곡자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악보에 담은 프레이징, 다이내믹, 메트로놈 지시를 정말 면밀히 들여다보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브람스의 G장조 바이올린 소나타는 소토 보체로 시작하는 하강 구절에서부터 장례행진곡이 나타나는 느린 악장, 그리고 ‘비의 노래’라는 마지막 악장까지, 삶과 감정의 궤적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곡가의 음악을 진심으로 탐구할 때, 오히려 더 거칠고 예측불허하며 진실한 무언가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정확히 악보를 따르면 개인적 자유가 억제된다고 생각하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수록 더 깊고 진솔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진짜 스토리텔링이란 단순히 아름답고 성공적인 연주가 아니라, 거칠고 불완전해도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테츨라프는 트럼프 치하 미국 공연을 가장 먼저 보이콧한 예술가로도 최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22회나 예정돼 있던 미국 공연 취소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면서도 현재 미국 정부 정책과 미국에 만연한 공포가 음악 근본 가치인 연민과 자유와 충돌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일입니다.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위대한 작곡가들, 베토벤,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 등은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대와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저항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음악은 단지 소리를 넘어,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연민,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음악가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연주자나 장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숨 쉬는 예술가이기 때문입니다.”

 

테츨라프는 이번 무대에서 요제프 수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신화’,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그는 “프랑크의 소나타와 시마노프스키의 ‘신화’는 분명 프랑스적 영향을 받았고, 브람스와 수크는 독일 낭만주의 전통을 잇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지만, 브람스는 놀라울 정도로 격정적이고, 결혼 선물로 작곡된 프랑크의 소나타는 명료하고 아름답다. 또 지금까지 많이 조명되지 않은 작곡가 수크를 좀 더 주목하고 싶다”고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5월 1일, 부산문화회관에서 5월 2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402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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