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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 자려면 커피 ○시간 전엔 마시지 말아야···멜라토닌 수면 효과 ‘글쎄’

SM_SNAIL 2025. 3. 25. 20:01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장 인터뷰]
이미 피곤하면 커피 영향 없다고 느껴
하지만 실제론 수면 질에 영향을 준다
블루라이트, 생체시계 다시 켜서 불면
수면부족에 따른 손실 연간 11조 원

18일 서울 강동구 소재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신원철 신경과 교수가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죽어서 평생 잘 건데 왜 지금 잠을 자려 하느냐’라는 말이 나돌잖아요. 그만큼 한국 사회는 잠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커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한국은 유독 잠들지 못하는 사회이다. 10명 중 4명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고 평균 수면 시간도 주요국 중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18일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장)를 만나 한국인의 수면 부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수면 부족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건강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수면연구학회의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 적다. 수면의 질도 바닥권이다. 앞서 올해 2월 이케아가 발표한 ‘이케아 수면의 발견’ 보고서에선 전 세계 57개국 중 한국의 수면지수는 59점으로 50위에 그쳤다. 한국인 스스로 수면의 질이 좋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17%로 조사국 중 가장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불면증을 ‘선진국의 전염병’이라 정의한다. 신 교수는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돕는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수면을 갉아먹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의 수면을 갉아먹는 주요 요인으로 커피와 블루라이트, 스트레스‧심리적 불안을 꼽았다.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지장이 없다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건 그만큼 피곤하다는 뜻입니다. 뇌에서 생긴 아데노신이 신경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이미 결합돼 있어 카페인이 내려앉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커피를 먹어도 각성효과가 없는 거죠. 그러나 잠들면 아데노신이 떨어진 자리에 카페인이 붙습니다. 잠을 자지만 깊게 자지는 못하게 되는 셈이에요.”

아데노신은 피로‧졸음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아데노신과 구조가 비슷한 카페인은 체내 흡수 시 아데노신이 붙어야 할 자리(아데노신 수용체)를 대신 차지해 뇌가 피곤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페인의 반감기는 6시간이고,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데 10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숙면을 위해선 늦은 오후부터 커피 마시는 걸 삼가는 게 좋다. 반감기는 약물의 농도가 초기의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잠 안 올 때 와인 등 술을 마시는 건 효과가 있습니까.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고 졸음이 오는 건 맞아요. 그게 유일한 장점입니다. 우리 몸의 분해 효소에 의해 술은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하고,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아세테이트가 됩니다. 아세테이트는 각성물질이에요. 게다가 술은 이뇨작용까지 있어 새벽에 깨기 쉬워요. 당연히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되니 수면 구조가 완전히 왜곡되는 거죠.”

-멜라토닌 등 수면유도제 효과는.

“수면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니 수면유도제란 걸 일반의약품으로 팔고 있는 건데, 수면유도제는 의학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주성분도 각성호르몬인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로 수면제에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요즘 멜라토닌이 수면유도제로 열풍이잖아요. 이걸 먹으면 꿀잠 잘 것처럼 광고하지만 사실 멜라토닌의 수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잠들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어두워지면 꺼지게 돼 있어요. 그런데 잠들기 전 누워서 스마트폰 등을 보면 망막의 멜라놉신이 가시광선 중 보라색부터 파란색까지의 빛(블루라이트)을 감지해 활성화하고, 생체시계를 켜버립니다. 그리고 뇌는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각성물질(도파민)이 더 나오게 됩니다. 생체리듬이 망가지면서 잠을 들지 못하거나 적게 자게 되는 거죠.”

그는 “간 기능 등이 저하돼 피로한 게 아니라 잠을 잘 자지 못해 피곤한 건데, 본질에 대한 해결책은 빼놓고 약만 먹으면 피로가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깊은 잠을 잘 때 뇌파는 1~4헤르츠 정도로, 뇌가 거의 일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그러면 그간 활동하면서 쌓인 독소를 우리 몸은 씻어내기 시작한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촘촘히 짜여 있던 뇌동맥이 살짝 풀어지면서 그 틈을 통해 혈장(혈액의 액체성분)이 쫙쫙 빠져나와 혈관 근처에 쌓인 염증물질을 정맥으로 밀어내요. 그런데 잠을 자지 못하면 물청소를 제대로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염증물질이 계속 쌓이면서 여러 질병을 유발하는 겁니다.”

일례로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심장동맥질환 위험이 48% 증가하고 뇌졸중 위험도 15% 올라간다. 주의력 저하와 기억력 감소, 불안 장애, 우울증도 수면부족으로 유발될 수 있는 질환이다.

수면 부족은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지는 만큼 신 교수는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건강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을 충분히 잘 자지 못하니까 일선 현장에선 교통사고나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직장인의 업무 효율, 학생들의 공부 능률도 모두 떨어지게 됩니다.” 수면부족으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 경제적 손실액은 연간 11조 원 안팎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5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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