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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씁쓸한 케이크 가격

SM_SNAIL 2025. 4. 2. 09:01
한승주 논설위원

케이크는 단순한 디저트 이상이다. 생일 결혼 합격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케이크 앞에 모인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고, 손뼉을 친다. 공동체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이다. 혼자 먹는 조각 케이크는 지친 삶에 달콤한 위로를 선사한다. 유명 호텔 고가의 제품도 있지만 동네 빵집에서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게 케이크다.

평범한 일상에 느낌표를 찍어주는 케이크 가격이 최근 올랐다. 투썸플레이스의 인기 제품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는 3만7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올랐다. 거의 4만원,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생딸기 우유 생크림 케이크는 한 조각에 9500원으로 1만원에 육박한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일부 케이크도 3만원 후반까지 높아졌다. 맛은 달콤하지만 가격은 씁쓸하다.

케이크뿐 아니다. 최근 거의 모든 먹거리 가격이 올랐다. 커피, 초콜릿, 빵, 라면, 만두, 햄버거, 아이스크림, 맥주 등 품목과 기업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가격 인상이다. 오늘부터 오르는 품목도 꽤 많다. 올리는 쪽에서도 이유는 있다. 케이크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란, 생크림, 크림치즈, 초콜릿 가격이 올라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우리가 처한 정치 상황과는 관련 없을까.

느닷없는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1470원대까지 급등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재료 등 각종 비용이 올랐다.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한동안 유지되면서 경제에 집중할 여력이 적었다. 그 결과 전년 동월 대비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월 2.7%로 급등했고, 2월에는 2.9%까지 뛰었다. 기업들이 정국 혼란을 틈 타 앞다퉈, 비교적 큰 부담 없이,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이후 120일째 이어지고 있는 정치 혼란이 케이크와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까지 넘보고 있다. 정치가 안정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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