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살기 힘들다, 우리 다시 돌아갈래”...중견기업 열곳중 한곳은 ‘도로 중소기업’ 본문

일상

살기 힘들다, 우리 다시 돌아갈래”...중견기업 열곳중 한곳은 ‘도로 중소기업’

SM_SNAIL 2025. 4. 3. 18:26
졸업유예 3년새 61% 급증

세금감면·저리대출·보조금 등
中企 졸업하면 혜택 다 사라져
경영 부담 키우는 규제는 추가

공공조달 비중 큰 토목·SW 
회사 쪼개기로 중견 지정 회피



동화면세점 [김호영기자]롯데그룹 2세 신정희 대표가 1973년 설립한 동화면세점은 화장품을 주력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끌어모으던 ‘럭셔리’ 중견기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명품 브랜드들이 매장을 철수하고 대기업의 면세점 진출로 경쟁이 심화하자 매출액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결국 중소기업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했지만 요즘 고민이 크다. 연매출 800억원이 넘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조달청 입찰 때 다수계약자계약(MAS) 제도를 적용받는데, 이렇게 되면 대기업, 외국 기업과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일 때 수의계약을 적용하는 것보다 제품 공급 기회가 줄고, 경쟁 심화로 납품가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업 규모에 따라 세제 혜택, 저금리 정책금융, 공공조달 입찰 기회 부여 등 정부 정책 지원이 이뤄지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견기업이 되면 지원은 줄어드는데 규제는 늘어나면서 일부러 성장을 멈추거나 ‘회사 쪼개기’ 같은 꼼수가 나오고 있다.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액이 업종별로 400억~1500억원이 넘는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지정된다. 중견기업이 될 경우 중소기업일 때 누리던 80여 개 혜택이 사라지는 반면 20여 개 규제가 추가된다. 중소기업이 각종 혜택과 규제 등을 이유로 중견기업 편입을 기피하는 ‘피터팬증후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사 소재지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를 5~30% 감면받는 특별세액공제, 창업일로부터 5년간 소득세와 법인세를 최대 100% 감면받는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제도, 신규 고용인원 1인당 최대 1200만까지 적용되는 고용증대 세액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입찰에서 우대 혜택을 주고 있는데 중견기업이 되면 △조달청 혁신장터를 통한 공공조달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비율제도 △중소기업 개발·생산·판로 맞춤형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없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들 계약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데, 중견기업이 되면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대폭 늘어난다.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가 발생할 때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매년 실시하는 수·위탁 거래 실태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면 거래 금액의 3배 이하 과징금이 부과되고, 고의적으로 위반 시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공공조달 시장 비중이 큰 토목·건설과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중견기업 지정을 피하기 위해 회사 쪼개기를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공공조달 시장을 놓쳤다가는 회사 매출이 큰 타격을 입는다”며 “일부러 매출을 줄이거나 사업부를 분사시키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자격을 유지하는 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불황이 장기화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매출이 줄어 중견기업 자격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1997년 설립돼 패션계를 주름 잡으며 5년 만에 코스닥에 ‘초스피드’ 상장했던 패션 기업 지엔코는 한때 연매출 1500억원을 훌쩍 넘기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내수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여파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결국 중소기업으로 회귀했다.

불황에 따른 매출 타격이 큰 도소매업은 회귀 기업이 2017년 31곳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132곳으로 6년 새 4배 넘게 늘어 다른 업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소매업은 유통·중개만 하는 경우가 많아 매출액을 부풀리는 게 쉽다”며 “내실 없이 급하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들이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정부 지원이 단순히 기업 규모에 따라 중소기업에만 맞춰져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중견기업을 위한 세제, 고용, 자금 등 현실화된 정책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중견기업으로의 자발적인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초기’ 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중견기업에 대한 차등 지원과 기업 승계 지원은 물론 노동·환경을 비롯한 각종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469827?cds=news_media_pc&type=editn

반응형